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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룡 플랫폼이 핀테크 혁신 막아…은행·핀테크 동맹 장려를”
“우월적 지위 앞세워 시장경쟁 저해 우려”
‘킬러인수’하는 M&A 방지위해 규제 필요
일괄규제는 위험...개별 플랫폼 성격 고려
“도덕적 해이로 신뢰 하락...자기통제해야”

플랫폼 기업 분야의 세계 석학들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거대 공룡이 된 플랫폼 기업의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소비자 편의와 혁신을 증진시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헤럴드경제는 해외 주요 대학의 석학 5인을 대상으로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플랫폼 규제를 둘러싸고 최근 제기되는 갈등과 논란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플랫폼 기업의 규제 대응 방안 ▷바람직안 규제 방향 ▷핀테크 영역에서의 금융당국 역할 ▷규제가 기업 혁신을 저해할지 여부 ▷규제와 소비자 편익 상관관계 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프리 파커(Geoffrey Parker) 다트머스대 공대 교수는 규제로 인한 혁신 저해보다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자칫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핀테크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했다.

최근 빅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주요 서비스를 두고 빅테크 플랫폼과 금융사 간의 주도권 다툼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내세워 빅테크 플랫폼 사업자에도 기존 금융회사와 같은 규제를 적용할 것임을 공언한 상황이다.

제프리 교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은 기존 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의 연대를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리얼 에즈라치(Ariel Ezrachi) 영국 옥스퍼드대 법학부 교수는 “어떤 규제든 신중하게 정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면서도 “빅테크 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을 저해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유럽 내 공정 경쟁과 독점금지 등을 규정한 ‘EU 경쟁법(EU Competition Law)’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경쟁과 혁신을 어렵게 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반독점법의 적용이 필요하다”며 “적절한 수준의 개입과 규제를 정의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존 리난(John V. Reenan)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규제의 유형과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규제가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혁신을 막을 수도, 촉진할 수도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자칫 소비자의 편익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소수의 대기업이 서비스를 독점하는 상황이 오히려 소비자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에리얼 교수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플랫폼 생태계에 참여할 때 서비스의 가격은 물론이고 다양한 혁신을 통해 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플랫폼 생태계처럼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양면시장(two-sided market)’에서는 독점보다 경쟁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플로리안 에더러(Florian Ederer) 미국 예일대 경제학 교수는 “하나의 플랫폼만 존재한다면 소비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며 “승객과 기사를 연결해주는 승차공유 서비스만 보더라도 플랫폼 간의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도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규제의 칼을 빼든 가운데 국내에서도 올해 들어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폴랫폼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들의 독주를 막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은 그동안 스타트업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는 이른바 ‘킬러 인수(killer acquisitions)’ 방식으로 잠재적 경쟁자의 등장을 막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국 의회는 이를 반영해 지난 6월 발의한 ‘반독점법(Antitrust Laws)’에 빅테크 기업의 신생기업 인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존 리난(John V. Reenan)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이 잠재적 라이벌을 인수해 경쟁을 저해한다면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며 “플랫폼 경쟁을 장려하기 위해 빅테크 규제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플랫폼 시장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유통을 넘어 생산까지 직접 아우르는 ‘수직적 통합’ 시도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제프리 파커 교수는 이에 대해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 남용에 주목해야 할 때”라며 “특히 플랫폼이 수직적 통합에 나설 때 (시장의) 위험도는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가 공동 저자로 참여해 내놓은 저서 ‘Platform Revolution(플랫폼 레볼루션)’은 포브스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가 선정한 ‘비즈니스 필독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플랫폼 규제를 하더라도 기업 사례별로 규제의 내용과 수준을 달리해 신중히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리얼 교수는 “플랫폼 시장의 다면적 특성과 역동성 등을 고려, 일괄적으로 규제하기보다 기업마다 차별적인 특성을 고려해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영국은 특정 기업의 상황에 맞춰 규제 조항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프리 파커 교수는 일방적인 금지 또는 허용만을 규정한 블랙 리스트나 화이트 리스트 방식 대신 중간 성격의 ‘그레이 리스트(Grey list)’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부 행위를 금지하되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의 이익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특정 서비스에 대해선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기업의 자발적 노력도 주문했다. 데이비드 요피(David Yoffie)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피하려면 플랫폼 기업이 더욱 자기 통제(self-regulation)에 주력해야 한다”며 “플랫폼 운영자가 명확한 기준 없이 자기이익만 편협하게 추구할 경우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고, 소비자 신뢰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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