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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며느리 나라랑 옛날얘기도 닮았네” 이주민 설화 구술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주민 구술 1493건 공개
이주민의 경험과 정서,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개미 베짱이’는 ‘게으른 나비 부지런한 개미’
다문화시대 설화의 국가간 이동 및 변화 공감
한국설화-이주민 모국 설화, 융합연구 활성화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한국에 시집,장가 오거나 우리나라로 이주해 한국사람이 되어버린 이주민들이 모국의 옛날 얘기, 설화, 민담, 전설, 신화들을 구술하고 이를 우리 국민에게 공개해 문화융합을 꾀했다.

다문화시대 우리 식구가 된 그들이 자라온 경험과 들어온 이야기는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우리 속에 더 잘 정착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나아가 문화 상대주의 마인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와의 접점을 발견하는 등 융합연구 활성화도 기대된다. 이방인에 배타적인 어떤 어떤 나라들과는 사뭇 다른 한국인들의 행보라서 주목된다.

10일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우)에 따르면, 최근 이 연구원은 ‘다문화 시대 한국학을 위한 이주민 설화 구술자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모든 국민과 연구자들에게 온라인 공개했다.

이 DB에는 네팔, 대만, 필리핀, 도미니카, 일본, 중국 등 27개 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외국인 유학생)이 직접 구술한 1493건의 신화, 전설, 민담, 생활 이야기 등이 정리되어 있다.

한국인 된 이주민의 모국 설화 구술 참가자들

이번 구술설화 DB를 통해 무형의 구전설화도 문화권을 넘어 해당 지역에 맞게 변형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별의 상징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중국에서 ‘은혜 갚은 사슴’ 이야기의 모티브를 지닌 ‘우랑과 직녀’라는 설화로 표현되었고, ‘개미와 베짱이’ 동화는 필리핀에서 ‘게으른 나비와 부지런한 개미’로 구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문화시대 이주민 구술설화DB’ 사이트에서 ‘견우 직녀’로 검색해보면 이 설화가 한국, 중국, 일본 그리고 베트남 이주민의 입을 통해 다양한 형식으로 변용되어 전승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이주민이 직접 구연한 구술 자료를 살펴보면 개인의 정서와 경험은 물론 사회·문화·역사·정치·경제 등 삶의 배경이 되는 여러 요소에 대한 인식이 다차원적으로 녹아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이주민의 설화는 단순히 문학 활동의 한 양식으로서만 아니라 이주민의 정체성을 집약하는 매체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다양한 시대․소재․문화․지역 정보들이 혼합되어 새로운 장르의 문화콘텐츠로 생산되기도 함에 따라 현장에서 수집된 여러 나라의 구전자료는 영화, 출판, 연극 등의 의미 있는 소재로 활용될 수도 있다.

이 자료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한국학진흥사업의 일환으로 건국대학교 신동흔 교수 연구팀에게 3년간 연구비를 지원하여 정리한 것이다.

연구팀은 현지조사를 통하여 한국의 다문화 사회를 구성하는 이주민들 모국의 설화 구술 자료를 집대성하여 문학 및 인접 학문에 도움이 될 토대 연구자료 제공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통해 이주민들에 대한 정서적 이해의 기틀을 마련하고 이주민들의 문화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포섭하여 미래 한국이 나아갈 바를 모색하고자 하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안병우 원장은 “한국으로 이주해오기 전 고국에서 들었던 신화와 전설, 민담이 한국 문화와 접촉하며 변화된 부분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고, 다문화 시대에 새로운 콘텐츠 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 성과”라고 이번 연구결과의 의의를 강조하였다.

해당자료는 현재 ‘한국학진흥사업 성과포털’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설화의 텍스트는 물론 이주자가 구술하는 음성도 직접 들을 수 있다. 한국학진흥사업 성과포털 검색창에서 ‘이주민’ 또는 ‘설화’를 검색한 후 분류별 검색결과에서 ‘연구과제’를 누르면 ‘이주민 설화 구술자료DB’를 확인할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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