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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글’이 촌스럽나…아파트 이름서 사라지는 '한글'
LH도 '뜨란채'·'천년나무' 대체 '휴먼시아'·안단테' 상표 개발
애칭·단지명 포함 순우리말 상표만 쓰는 건설사 전무
차별화·고급화 부각하기 위해 외국어나 외래어 조합 사용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강남 지역 아파트. [연합]

[헤럴드경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지 575주년이 되는 한글날을 맞았지만, 우리나라 주거문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에서 한글 이름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9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50위 안에 드는 건설사 가운데 주택 상표(브랜드)에 애칭을 포함해 순우리말만 사용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아파트 상표에 순우리말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영주택(사랑으로)은 '애시앙'이라는 한자 주택 상표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어울림)과 코오롱글로벌(하늘채)도 각각 '리첸시아', '더 프라우'라는 외국어 상표명이 있다.

'꿈에그린'이라는 순우리말 상표로 유명했던 한화건설은 2019년 '포레나'라는 외국어 상표를 출시했고, 이후 기존 꿈에그린 아파트 단지마저 포레나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대형 건설사들의 아파트 브랜드는 모두 외국어나 한자 등이다.

삼성물산 '래미안',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디 에이치'와 '힐스테이트', 대림산업 'e편한세상'과 '아크로', GS건설 '자이', 포스코건설 '더샵', 대우건설 '푸르지오'와 '푸르지오써밋',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롯데건설 '롯데캐슬'과 '르엘', SK에코플랜트 'SK뷰' 등이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지역이나 건설사 이름을 딴 한글명 아파트가 많았으나 2000년대 들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브랜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아파트 이름에 외국어·외래어·한자가 뒤엉키는 현상이 고착화했다.

이는 중견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호반건설 '베르디움'과 '호반써밋, 태영건설 '데시앙', 반도건설 '유보라', 효성중공업 '해링턴 플레이스', 두산건설 '위브'와 '더 제니스', 우미건설 '린', 쌍용건설 '예가'와 '더 플래티넘', 한라 '한라비발디', 서희건설 '스타힐스' 등이 있다.

여기에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마저 기존 주거 상표였던 '뜨란채', '천년나무'를 대체하는 '휴먼시아'나 '안단테'와 같은 상표를 개발해 외국어 작명에 가세했다.

최근 몇 년간은 시공사들이 주거 단지의 특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단지명에 외국어 애칭을 붙이는 현상이 부쩍 늘었다.

교육 환경은 '에듀', 숲은 '포레스트', 공원은 '파크', 친환경은 '에코', 한강 변은 '리버', 호수는 '레이크' 등을 단지명에 조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또 다수의 건설사가 공사에 참여하는 공동 시공(컨소시엄)이나 차별화·고급화를 부각하기 위해 주택 상표가 빠지는 단지명에도 예외 없이 외국어나 외래어 조합이 사용되면서 순우리말 단지 이름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와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고래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강동구 둔촌동 '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처럼 아파트 단지명이 12자에 이르는 경우도 나온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는 외국어·외래어를 차용한 아파트가 고급화, 차별화되고 결국 아파트값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말로 된 아파트 이름이 더 선호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 만큼, 이런 인식은 점차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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