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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랜B’ 최재형, 대망 꿈 놓고 이른 퇴장…“평당원으로 돌아간다” [정치쫌!]
3개월 여만에…‘4강’ 문턱 못 넘고 탈락
기대속 화려한 등장…지지율 반등 고전
캠프 해체 ‘초강수’도…반전 노렸지만
일각선 ‘종로’ 솔솔…崔, 잠시 휴식할듯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7일 경북 영주시 풍기인삼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시장 상인이 건넨 인삼을 맛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국민의힘 평당원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선 행보가 3개월 여만에 멈췄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2차 예비 경선에서 4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하면서다.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 주자로 잠재력이 크다며 ‘루키’, ‘플랜B’에 ‘까미남(까도 까도 미담)’으로 칭송받는 그였지만, 결국 대망에 대한 꿈을 펼치지 못했다. 최 전 원장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향후 거취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야권 일각에선 그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 종로구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벌써부터 거론된다.

문재인 정권과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감사를 놓고 충돌한 최 전 원장은 지난 6월말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강직한 이미지를 지닌 최 전 원장은 곧장 야권 대선판 내 슈퍼 신인으로 떠올랐다. 장애가 있는 친구의 등·하교를 도운 일화, 두 아들 입양, 꾸준한 기부 등 미담이 알려지면서 ‘따뜻한 보수’의 적임자로 꼽혔다. 본인과 처가를 둘러싼 각종 신상 논란과 구설수가 이어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플랜B’라는 말도 따라붙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정권 구속수사로 윤 전 총장에게 거부감을 느낀 보수 지지층이 최 전 원장에게 결집할 것이란 말도 나왔다.

최 전 원장은 7월초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원로급과 전·현직의 중진급, 초선 의원들이 결집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김영우·김종석 전 의원, 현역 3선의 박대출·조해진 의원, 초선 김미애 의원 등 그의 대선 캠프는 순식간에 조직이 짜였다.

그러나 훈풍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야권에선 최 전 원장의 하락세가 그의 8월초 대선 출마 선언식부터 본격화됐다는 말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당시 기업규제, 젠더 이슈 등 일부 질문에 대해 “아직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충분히 준비된 답변이 없다”고 했다. 이에 현장에선 “준비가 안 됐는데 출마 선언을 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전 원장은 “잘 모르고 있는 것을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모습이 신중함보다는 준비 부족으로 읽혔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는 동안 윤 전 총장은 대세론을 굳혀갔다. 홍준표 의원은 20·30대를 집중 공략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중도와 개혁보수 성향의 표심을 잡기 위해 힘을 쏟았다. 최 전 원장도 청년, 여성층을 핵심 지지층으로 놓으려고 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했다.

한자릿수 지지율로 박스권에 갇힌 최 전 원장은 대선캠프 해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파장은 크지 않았다. 당 일각에선 “불출마를 위한 예열 작업”, “지지율 부진에 따른 캠프 와해”라는 말까지 나왔다. 최 전 원장을 돕기로 한 몇몇 유력 인사들은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키도 했다. 특히 최 전 원장의 정치 입문을 앞장서 설득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지지 철회는 상당한 타격이었다.

최 전 원장은 소신 이미지로 다시 반전을 노렸다. 그는 상속세 폐지 공약, 낙태 반대 시위,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발언, 4·15 총선 부정선거 관련 언급 등 파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할 말은 한다’는 게 명분이었지만, 최 전 원장의 이러한 움직임을 놓고 야권에선 그가 ‘따뜻한 보수’보다도 더 ‘우클릭’ 성향을 갖는 인사가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연합]

최 전 원장은 휴식을 취하며 향후 거취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선 최 전 원장이 이번 원희룡·유승민·윤석열·홍준표(가나다 순) 등 4강 주자 중에 뽑힐 최종 대권주자와 함께 ‘러닝 메이트’로 뛰기 위해 종로 재보궐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명분은 있다. 그가 수장으로 일한 감사원이 종로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은 최 전 원장에 대해 ‘아직 살아있는 카드’라고 했다. 그는 통화에서 “최 전 원장이 보인 용기와 도덕성을 놓고 이견을 표할 이는 당 내에 없을 것”이라며 “그간의 정치적 여정을 복기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보완한다면 정치권 내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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