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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랫배 ‘쿡쿡’ 맹장염은 아니라고?...‘게실염’이 뭐길래
대장 점막·점막하층, 주머니처럼 돌출
음식물찌꺼기 등 이물질 끼어 염증 발생
통증과 함께 발열·오한·설사·구역질 증상
40세 이하 복부비만일 경우 발병 잦아
재발 반복·증세 심할땐 대장 절제할 수도
육류 줄이고 식이섬유 섭취 늘려야 예방

은퇴후 주로 집에서 하루 일과를 보내는 김 모씨(58)씨는 최근 갑자기 오른쪽 아랫배를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지속됐다. 지인들을 통해 여러 정보를 종합해본 결과 오른쪽 아랫배라면 맹장염(충수돌기염)이 틀림없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았는데 진단명은 ‘대장게실염’ 이었다.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복통이라 하면 주로 충수염(맹장염)을 떠올리게 된다. 때때로 드라마에서 오른쪽 아랫배를 움켜지며 고꾸라지는 주인공이 병원을 방문하면 진단받게 되는 질환이다. 이러한 충수염의 증상과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질환이 있는데, 바로 게실염이다.

▶이름도 생소한 게실염이란?=대장 게실(憩室)이란 대장의 점막층과 점막하층이 대장벽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층 중 약해진 부분을 통해 대장 바깥쪽으로 주머니 모양으로 돌출된 상태를 말한다. 이 게실에 대변이나 음식물 찌꺼기 같은 물질들이 끼어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가 게실염이다. 좌측과 우측 대장에 모두 발생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우측 대장에 있는 경우가 더 흔하다. 좌측 대장 게실은 식습관·변비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후천적으로 생긴다. 서양에서는 좌측 결장 게실이 90%를 차지하지만, 동양에서는 우측 결장 게실이 75% 이상 차지한다. 보통 좌측 게실은 후천적, 우측 게실은 선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식습관의 서구화에 따라 발생 빈도 증가 추세=최근에는 젊은 대장게실염 환자가 늘고 있다.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연구팀이 대장게실염 환자 2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0대 이하 환자가 26.5%였고, 이들 젊은 환자의 대다수가 복부 비만이었다.

선천적으로 생긴 게실은 그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지만 후천적인 게실은 대장 내 압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대장 내 높은 압력이 대장벽을 압박하게 되고 게실을 발생시킬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특히 평소 식습관이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변비가 생겨 대변을 배출하기 위해 더 많은 압력을 대장 내에 가하면서 게실을 발생시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설탕, 아이스크림, 탄산음료 등의 단순당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장내에 유해균이 증식하여 장내 가스가 발생하고 대장 내 압력이 증가한다. 이렇듯 고지방, 고단백 식단과 함께 줄어든 섬유질 섭취, 이른바 서구화된 식습관이 여러 소화기질환들을 야기하는데 게실염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또한 노화로 인한 장벽 약화가 게실 발생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주요 증상은 발열을 동반한 심한 복통=게실의 존재 자체만으로는 특별한 증상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게실염으로 발전하면 여러 증상이 발생하는데, 대표적으로 바늘이 아랫배를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발열, 오한, 설사, 구역질 등이 있다. 추가로 혈변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게실 내의 소혈관이 염증으로 인해 손상되어 출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실염의 염증이 심해지면 천공이 생겨 변과 세균이 복강 내로 노출되고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복막염은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질환이므로 특히 주의를 요한다.

▶증상 심하면 대장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 불가피=게실염은 수 일간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면 약 70-80%는 호전된다. 몇 주 후 염증이 가라앉으면 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술을 시행하여 상태를 확인한다. 금식과 항생제에 반응이 없는 경우나 게실염의 합병증인 농양, 천공, 복막염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또한 재발되는 경우가 많아서 약 30% 정도는 5년 내에 재발을 하게 된다. 재발이 잦은 경우에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야채를 많이 먹어야 게실염 예방=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게실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현미와 같이 도정이 덜 된 곡류가 좋다. 또한 육류의 과다 섭취를 피하고 다량의 섬유질 섭취와 함께 매일 1.5L 정도의 물을 마셔 부드러운 대변을 형성하여 변비를 막고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장게실염은 대장 탄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최근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에게도 많이 발생한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하루 20~30g의 식이섬유를 섭취해 장내 압력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대장게실염은 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 육류를 줄이고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적당한 운동과 금연,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변비가 있다면 이를 개선해 장내 압력을 높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장게실염을 앓았다면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며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김동우 교수는 “게실염의 발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서구화된 식습관을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때문에 평소에 섬유질이 많은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여 장 건강을 지키는 것이 게실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 당부했다.

게실염 예방하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할까?]

과일과 시리얼 섭취를 통해 섬유질을 더 많이 섭취한다면 게실염이 발병할 위험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가있다. 하버드의대 연구팀 등이 ‘미위장관학저널’에 밝힌 43~70세 연령의 게실염과 암 혹은 염증성장질환 병력이 없는 5만19명 의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이다. 연구기간중 4343명 여성에서 게실염이 발병한 가운데 연구결과 섬유질 섭취가 적은 것이 게실염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하루 13그램 가량으로 섬유질 섭취가 가장 적은 사람들에 비해 27그램 가량으로 가장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이 게실염 발병 위험이 14% 더 낮았다. 또한 과일 섬유질을 하루 1.7그램 가량으로 가장 많이 섭취하는 여성들이 1.4그램 가량으로 가장 적게 섭취하는 여성들 보다 게실염 발병 위험이 17%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과일 전체와 사과와 배, 푸룬 같은 특정 과일을 하루 한 접시 추가로 더 섭취시마다 게실염 발병 위험은 5% 더 낮아지는 반면 바나나와 복숭아, 살구, 자두를 포함한 일부 과일은 게실염 발병 위험을 낮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일의 경우에는 하루 9.8그램 가량 가장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이 2.9 그램 가량 가장 적게 섭취하는 사람들 보다 게실염 발병 위험이 10%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열 기자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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