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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허성태라는 배우가 돋보인다는 건…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젊은 시절의 고생은 장래 발전을 위하여 좋은 경험이 되므로 달게 여기라는 말이다. 그런데 늙어서(?) 고생을 한 배우가 있다. ‘오징어게임’에서 조폭 장덕수로 나오는 배우 허성태(44)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실에서 과장 진급을 앞둔 2011년 SBS ‘기적의 오디션’에 참가했다. 그때 나이가 이미 35살이다. 2010년 7000여만원의 연봉을 받았다면, 2021년으로 환산하면 1억 이상이다.

그걸 포기하고 배우가 됐다. 자신이 원하는 배우가 됐지만 ‘기적의 오디션’으로 직장이 생긴 게 아니다. PD와 감독에게 “허성태라는 배우가 있으니, 캐스팅해달라”고 알린 정도다.

“월급이 없어지는 충격이 컸다. 이게 몇년간 지속됐다. 사람이 생활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여러 무명배우처럼 알바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게 해준 것은 가족이고 어머니다. 성공할 때까지는 고향 부산에 안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절박하게 일했다.”

허성태는 그동안 수십편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 3개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조단역을 처음 해본 ‘밀정’(2016)과 인지도를 올린 ‘범죄도시’(2017)와 ‘오징어게임’(2021)이란다. ‘밀정’에서 송강호에게 뺨을 맞는 신은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다.

허성태는 강해보이는 이미지로 조폭 등 악역이나 거친 형사를 주로 맡았다. ‘범죄도시’를 촬영할 때에는 술을 먹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자신을 보고 놀란 사람도 있었고, 목욕탕에서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걸 느낀 적도 있다고 한다. ‘오징에 게임’의 덕수 캐릭터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극악무도하지만 총소리에 감짝 놀라고, 비겁하고, 소심해진다. 이런 순간 순간들은 모든 인간들의 기본적인 감정이다. 한없이 악하고 강한 역이 아니라서, 그 부분을 많이 준비 했다.”

누구나 강함과 약함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허성태는 실제로 ‘오징어게임’ 촬영장에서 총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장면에 충실하면 자신도 모르게 강함도 나오고 찌질함도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한다.

허성태는 세계적인 대박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배우가 됐다. 외국인들이 “Daddy, You are so cute” “Marry me”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정작 자신은 왜 아빠라 하는지, 귀엽다고 하는지, 왜 결혼해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는 특히 “배우가 되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에는 충격과 함께 눈물 날 정도의 무한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허성태 같이 스타의 길이 아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성실한 배우로서도 돋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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