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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에 게임' 이정재의 성공적인 변신 "하나씩 작품 하면서 쌓여진…"
배우 이정재.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이정재(48)가 세계적인 배우가 됐다. 이정재는 그동안 영화 ‘신세계’ ‘관상’ 등에서 선 굵은 연기와 굵은 목소리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하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는 완벽하게 달랐다. 삶의 벼랑 끝에서 목숨 건 서바이벌에 참가하게 된 ‘성기훈’ 역을 맡아 찌질한 생활 연기를 펼쳤다.

이정재는 ‘오징어게임’ 초반부터 정리해고, 이혼, 사채, 도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훈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특히 초록색 트레이닝복, 상처 가득한 얼굴 등 비주얼로도 파격적인 모습으로 인상 깊은 시작을 알렸다. 게임에 돌입한 이후에는 극한 상황 속 생존에 대한 갈망부터 혼란과 갈등 등을 깊이 있게 깊이 있게 그려내며 더 넓고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 기훈을 연기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궁금하다.

▶절박해 보이는 기훈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사실적으로 심각하게만 그려내면 전체 분위기가 다운되니까? 어느 정도 위트나 재미를 섞어야 한다. 위트를 집어넣으면 모든 행위가 가짜로 보이지 않을까? 또 너무 재미적 요소가 적어지면 지루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적절히 섞었다. 기훈은 게임장 안으로 훅 들어갈 수 있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 ‘오징어게임’은 이정재 씨 작품으론 약간 의외의 선택이다. 제안을 받으시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황동혁 감독의 작품이라 반가웠다. 완전히 상업적인 오락물인데도 기훈 캐릭터가 시나리오로 읽고 나니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 번 더 봤을 때는 처음에는 못 느꼈던 디테일한 설정, 심리묘사가 보이면서 ‘나 개인은 물론이고 작품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되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까지 호응이 좋을지 몰랐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장면.

- 만약 이정재 씨가 기훈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게임에 참가하겠는가.

▶저는 못한다. 목숨 걸 정도로 못한다. 겁이 나서….

- 기훈을 분장할 때 메이크업 톤다운을 많이 했다던데.

▶글쎄, 기억이 잘 안 난다. 알러지가 심할 때 얼굴에 홍조가 군데군데 생겼는데 그걸 커버하지 말자고 한 것은는 기억난다. 나는 곱슬머리라 염색을 안 하면 지저분해 보일 수 있다. 그런 걸 최대한 살리자는 의견이 있었다.

- 황동혁 감독이 이정재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멋스러운 걸 많이 걷어내려고 했다. 그런 걸 신경 안 쓰고 연기하니까 조금 편한 면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팬티 바람으로 새벽(정호연 분)에게 풀어 달라고 하는 연기는 약간의 애드리브를 섞었다. 외모에 대해 신경을 안 쓰니 재밌는 장면도 나왔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장면.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장면.

- 기훈의 초반 모습들로 인해 자칫하면 비호감으로 비칠 수 있었는데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극 중 중요한 캐릭터가 미움을 받으면 안 되니까. ‘철부지처럼 조금 귀엽게 보여드려야지’ 하고 생각했다. 밉상으로 나오면 극 전체에 도움이 안 되니까. 엄마에게 어리광과 응석도 부리는 그런 캐릭터로 만들었다.

-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기훈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었는지.

▶기훈에게는 선한 면이 있다. 그래서 자기 걸 챙기지 못한 면도 있다. 약게 살지는 않았다. 어쨌든 선한 면이 곳곳에 많이 있다. 극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사람들을 도와준다. 기훈 캐릭터는 ‘따뜻한 애’다. 초반에는 직업도 없고, 엄마통장을 훔쳐 경마도 하지만 도박에 빠진 느낌은 안 들고 현실을 벗어나려는 설정이 더 짠해 보이기도 했다.

- 기훈은 감정적, 상우는 이성적인 부분이 강해 상반된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둘 중 누구에게 더 공감이 가는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기훈 입장에서 나의 도덕성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상우 역시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잘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도덕성을 어디까지 포기하고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지점에서 둘의 차이가 컸다고 생각한다. 그사이에 알리, 새벽 등 많은 캐릭터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훈 입장에서 ‘저 사람을 도와야 되나, 말아야 하나’, 이를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하면서 연기하는지가 중요했다. 상우 입장에서는 ‘목숨이 달린 게임이니 이 정도는 할 수 있잖아’다. 그 기준이 기훈과는 많이 달랐다.

- 데뷔 초 청춘스타에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연기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결은.

▶작품 모두가 연륜이다. 하나씩 작품을 하면서 감독, 선배들과 경험을 쌓아가며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는 욕심이 있었고, 그런 게 종합적으로 모인 것 같다. 한 작품이 특별하게 계기가 돼 제가 확 변한 건 아니다.

- “나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등 인상적인 대사가 있었는데 이정재 씨의 최애 대사는.

▶의미 있는 대사가 많았다. 저는 “쌍문동 사는 성기훈인데요”다. 자기가 살던 동네를 왜 넣었을까. 이게 재미나다. “쌍문동이 낳고 키운 서울대 경영학과 수석 조상우”. 상우는 앞에 수식어가 많은데 기훈은 수식어가 쌍문동밖에 없다. 그런 기훈의 모습을 보고 짠했다.

- ‘캐릭터를 수집한다’고 할 만큼 다양한 장르와 배역을 소화하고 있다. 더 해보고 싶으신 배역은.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기회가 온다면 더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연기자로서 다양한 일을 많이 해보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이고, 그런 게 지금까지 있어줘 감사하다.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제가 나온 작품을 DVD로 보는 게 참 좋다고 한 적이 있다. 조금씩 다른 포스터가 나오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왔으면 하고, 더 다양한 모습을 찍고 싶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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