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시민단체 불신으로 기부문화까지 바꾼 윤미향 사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공소장 공개 파장이 확산 일로다. 당장 국민의힘 등 야당은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연일 윤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넘쳐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도덕적 파산자’라며 혹독한 비난을 쏟아냈다. 윤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공개된 공소장에는 그가 횡령했다는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세세하게 명시돼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누구 할 것 없이 억장이 무너질 만하다.

공소장에는 윤 의원이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모두 217차례에 걸쳐 1억37만원을 횡령했다고 나와 있다. 1억원이 넘는 돈의 규모도 그렇지만 그 내용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갈빗집이나 돼지고깃집, 휴게소, 식품점, 면세점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듯한 흔적이 역력하다. 심지어 교통범칙금과 윤 의원 종합소득세 등도 여기서 빠져나갔다. 발마사지숍에서도 이 돈으로 결제를 했다는 대목에선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의료비 명목으로 윤 의원 개인 계좌로 200만원을 이체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 할머니쉼터 소장 손모 씨 명의의 계좌에 있던 모금액 일부가 딸에게 보내지기도 했다. 시민단체의 공금 계좌가 아니라 마치 개인의 가계부를 보는 듯하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행사 경비를 비롯한 공적 업무 또는 복리후생비용으로서 공금으로 회계 처리한 것들”이라거나 “일부 개인적 용도의 지출은 모금한 돈이 아니라 개인 자금에서 지출됐다”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그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공정하고 신속한 판단을 위해 윤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내놓고 재판에 임하는 것이 마땅하다.

‘윤미향 사태’는 개인의 일탈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도덕성이 절대 바탕이 돼야 할 시민단체에 대한 한 없는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 이후 포털사이트 기부 플랫폼에는 기부 대상자를 찾아 직접 후원금을 전달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네이버 ‘해피빈’에는 248억원가량의 기부금이 모였고, 지역 기반 커뮤니티 앱 ‘당근마켓’에는 213만건이 넘는 무료 나눔 게시글이 등록됐다. 시민단체에 대한 낮은 신뢰가 기부문화마저 바꾼 것이다. 아직 시간은 있다. 이제라도 의원직을 벗고 성실히 재판에 임하는 것이 그나마 시민단체 불신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길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