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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지역성·보편성 버무려진 ‘오징어 게임’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190여개국에서 2억 900만 개의 유료 멤버십을 확보한 넷플릭스를 통한 유통이 이를 가속화시킨다.

‘킹덤’ ‘D. P.’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위력은 엄청나다. 넷플릭스 CEO는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작품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우리 이야기인 지역성과 세계인이 공감할만한 보편성을 두루 갖췄다는 점이다. 이 원칙은 방송콘텐츠의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서사구조가 단순한 게 진리는 아니지만 유리하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성공비결은 심플함이라고 했다.

‘킹덤’은 조선사극이라는 지역성에 좀비라는 글로벌 요소를 가미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왕과 왕보다 권력이 더 센 영의정 조학주(류승룡)가 있다. 왕이 죽어 좀비가 됐지만, 초기에는 이를 숨긴다. 이를 알리다가는 권력이 세자(주지훈)에게 승계되기 때문이다. 이런 국정농단은 우리에게는 세도정치 등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D.P.’는 군탈영병을 추적하는 우리 이야기에, 조직사회의 비인간성이라는 보편성을 담았다. 또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서사구조에 괴생명체(스위트홈), 젤리(보건교사 안은영)와 XR 등 특수 실감형의 도움을 받아 새로움을 얹는 구조가 좋다.

‘오징어 게임’은 어렸을 때 누구나 즐겨했던 놀이가 생사를 결정짓는 데스게임으로 전환되는 게 아이러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내면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외국인 노동자 알리를 도와줄 정도로 인간애를 지닌 상우(박해수)는 징검다리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에 있는 사람을 밀어 죽게 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비정하고 냉정해지는 어른들의 잔혹동화다.

참가자들 모두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를 쓰고 도박을 전전하다 이혼을 하고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는 기훈(이정재)과 같이 미래와 희망 없는 절박한 사람들이란 점은 전지구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런 절박한 상황속에서도 인간적인 면을 잃지 않는 기훈 같은 캐릭터에 일말의 믿음을 가지게 된다. 경쟁사회의 잔인함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황동혁 감독과 박해수에게 질문했다. 황 감독은 약자에 대한 배려와 패자에 대한 관심이라 했고 박해수는 교육이라고 답했다.

외국 관계자에게 한국 콘텐츠가 유독 강한 이유가 무엇인가 하고 물어보면 한국드라마는 인간 내면을 파고들어가는 깊이와 디테일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오징어 게임’에서 패자의 희생과 헌신에 빚진 승자를 말하는 기훈과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결승까지 왔다는 상우, 이 두 사람의 세계관 차이와 함께, 큰 돈을 받고도 전혀 쓰지 못하는 기훈은 무한 경쟁사회의 잔인함속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공감하게도 한다.

서바이벌 게임은 최후의 승자가 있기 마련이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오징어 게임'에서 위너는 누구인가? 결승에 오른 사람인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최종 1인인가, 아니면 게임을 만든 설계자인가. 모두 루저다. 이 점도 글로벌 시청자에게 생각할 포인트를 던질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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