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디자인포럼2021] 레이 윙클러 “팬데믹 시대의 라이브 공연, 변화와 적응이 해답”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 혁신 이끈 주역
코로나19 직격탄 맞자 발 빠른 변화
팬데믹 시대 최적화된 ‘환기 가능’ 공연장 설계
기술·시대 변화에도 중요한 것은 경험과 감동
U2, 롤링스톤즈, 비욘세&제이지, 엘튼존 등 팝스타의 투어 공연의 무대 연출을 맡은 세계적인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는 건축과 엔터테인먼트를 접목,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사진은 비욘세와 제이지의 ‘온 더 런 Ⅱ’ 공연.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유례 없는 ‘감염병의 등장’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음악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수천 명의 관객이 모이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과 대규모 콘서트는 코로나19 이후 1년여간 열리지 못했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은 팬데믹으로 발이 묶였다. ‘월드투어 산업’은 지금까지도 재개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팬데믹 이전 방탄소년단(BTS)과의 월드투어 협업을 기획했는데, 코로나19로 연기됐죠. 팬데믹 시대의 문제는 관객과 아티스트가 더이상 대면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헤럴드 디자인포럼2021 연사로 나서는 레이 윙클러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Stufish Entertainment Architects) CEO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통해 (공연산업이) 얼마나 허약하고, 약점이 많은지 알게 됐다”며 “팬데믹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다양한 변화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중요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4년 설립된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이하 스투피시)는 비욘세, 롤링스톤스, U2 등 팝스타들의 투어 공연 무대를 설계했다. 스투피시는 이후 건축과 엔터테인먼트를 접목한 ‘엔터테인먼트 건축’ 분야를 개척, 창조적인 무대 예술을 비롯해 핑크 플로이드 전시 프로젝트(2017), 중국 우한 극장 설계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한다. 한국에선 레이디 가가 무대를 연출했다. 이번 포럼에서 레이 윙클러 CEO는 스투피시가 개척한 ‘엔터테인먼트 건축’을 주제로, 팬데믹과 디지털 시대의 공연 산업을 이야기한다.

“건축은 공간과 기능에 관한 것인 반면, 엔터테인먼트는 경험을 창조합니다. 두 개의 다른 콘셉트를 합치는 과정에서 하나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엔터테인먼트는 일시적인 것이고, 건축을 항시적인 것이라고 볼 때의 차이는 있지만 감동을 주고받는 분야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스투피시의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의 스케치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 제공]

▶ U2·버티컬 시어터…‘라이브 공연’의 혁신=‘라이브 공연’ 업계에도 지난 수십 년간 무수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레이 윙클러는 “1965년 비틀스 시어 스타디움(shea stadium)와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 1975년 핑크 플로이드 라이브 공연에 이르기까지 10년에 걸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비틀스의 공연을 계기로 진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어느 시점에선가 아티스트들은 더 이상 막 만들어진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할 수 없는 규모가 됐죠. 그 시기들이 변곡점이 됐습니다.”

스투피시가 선보인 무대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역사에서 많은 혁신을 이끌었다. 창립자인 고(故) 마크피셔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애니멀스 투어(Animals tour)’에서 사용된 공기주입식 인형을 선보이며 주목 받았다.

1997년 U2와의 공연에서 선보인 팝아트는 전 세계 공연 시장을 놀라게 한 무대였다. 그는 “당시 비디오 기술을 대규모 투어에 적용할 수 없었다”며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가로막는 장벽을 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 700㎡ 규모의 비디오 화면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는 공연 산업에서 비디오 관련 기술이 발전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스투피시가 표현하는 공연은 “아티스트가 원하는 무대이자, 배우를 위한 극”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에서 “아티스트의 영감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은 무대 위 적재적소에 활용되나, 레이 윙클러 CEO는 “무대에서의 기술은 목적이라기 보다 도구”라고 강조했다.

“설탕을 많이 넣어 케이크를 만들면 맛이 더 좋아진다고 착각하게 되죠. 단맛을 많이 낼 수는 있지만, 실제로는 너무 달아 먹을 수 없는 지경이 되잖아요. 무대에서도 한 가지 요소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다른 요소를 배제하면 균형을 이룰 수 없어요. 과학기술은 그저 아티스트가 자신의 영감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예요.”

지난해 8월 기획해 올초 공개한 버티컬 시어터는 팬데믹 시대에 최적화된 공연장으로 설계됐다. 무대를 가운데 두고 4면으로 배치한 발코니형 객석은 환기가 가능한 구조로, 적게는 1200명에서 많게는 24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 제공]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보여준 ‘버티컬 시어터 프로젝트’는 또 하나의 혁신을 보여준 사례다. 레이 윙클러 CEO는 “이러한 프로젝트는 현재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시작, 올 초 공개된 ‘버티컬 시어터’는 관객석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공연장 전체에 환기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한다. 팬데믹 시대에 최적화된 공연장인 셈이다. 버티컬 시어터는 방역 지침에 따라 적게는 1200명, 많게는 2400명까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 공연장은 무대를 중앙에 놓고, 관객석이 4개 면에서 둘러앉는 구조로 설계됐다. 여러 개의 구역으로 나뉜 발코니형 객석에는 4~12명까지 일행이 앉을 수 있다. 각 구역마다 2m씩 떨어져 있다. 2400석의 객석은 360도 각도로 무대를 향해 있어 관객들이 좋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그는 “버티컬 시어터는 분해와 조립을 통해 세워지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공연할 수 있고, 기존의 극장과 달리 유연한 배치가 가능해 라이브 공연뿐만 아니라 테니스 경기와 같은 스포츠, 연주회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버티컬 시어터’ [스투피시 엔터테인먼트 아키텍츠 제공]

▶ 급진적 시기의 공연계…“변화하지 않으면 도태”=지금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급진적인 시기를 맞고 있다. 팬데믹으로 예기치 않은 변화를 맞았고, 디지털 전환 등이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객과 가수가 직접 만나지 않는 ‘비대면 콘서트’는 코로나19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다. 스투피시에서도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 일본 밴드 아라시와 대규모 온라인 공연을 진행했다. 레이 윙클러는 “기술의 진화로 관객과 아티스트가 다른 장소에 있다는 것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경험의 방식이 다를뿐 어느 장소에 있든지 관객과 아티스트는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슈는 기후위기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의 공연은 “투어 자체만으로 많은 에너지를 낭비한다”고 보는 입장이 많다. 레이 윙클러 CEO도 같은 생각이다.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지난해 환경을 지키기 위해 투어를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콜드플레이의 보컬이자 리더 크리스 마틴은 당시 “앞으로 1~2년 정도 시간을 들여 우리 투어를 지속가능하고 적극적으로 (환경에) 이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레이 윙클러 CEO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대다수는 관람객”이라며 “자동차 공유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우리 모두가 메커니즘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낙관론을 제시했다.

또한 업계에선 공연 이후 무대 장치 등의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노력에도 한창이다. 스투피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20~30년 동안 무대 소품 재사용에 대해 깊이 고찰했다”고 말했다. “로비 윌리엄스와 U2 투어의 무대 건축물은 99% 동일했어요. 모듈의 재사용은 마치 레고와 같아요. 레고빌딩을 만들고 해체한 후 새로운 빌딩을 만들 때 사용했던 블록을 버리지 않고 다시 써도 새로운 빌딩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한 거죠.” 실제로 투어계 산업에선 90%의 소품들이 재사용된다.

레이 윙클러 CEO는 “기존의 방법으로 엔터테인먼트 건축을 유지하는 것은 힘든 시대에 도래했다”며 “변화는 막을 수 없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의 비대면 공연과 팬데믹 시대의 라이브는 미래의 콘서트 방식에 큰 영향을 가져오리라 봅니다. 무수한 변화 안에서도 변치 않는 철학이 있다면 관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고, 감동을 안기는 거예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관객과 아티스트가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현재에 적응하는 엔터테인먼트 건축은 앞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로 확장할 겁니다.”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