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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이동거리 짧은 탄소중립도시를 만들자

해마다 지구상에서 510억t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탄소는 제조업, 전기 생산, 농·목축, 교통운수, 건물 냉난방 등에서 배출된다. 총통행의 89%가 자동차로, 11%가 철도교통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철도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2.6%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탄소가 자동차교통에서 발생한다.

탄소 가성비가 나쁜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것이 교통 부문 탄소중립의 지름길이다. 특히 대도시권의 철도 통근자를 늘려야 한다. 서울 인구는 감소하는데 경기도 인구는 늘어난다. 자동차 이용자 수도 늘어나며 통근거리도 길어진다. 탄소중립시대에 역주행하는 것이다. 건설 중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환승역세권은 고밀화하고 복합화해 여러 사람이 이용하고 다양하게 쓰일 수 있도록 계획돼야 한다. 그래야 이동 필요성이 낮고 이동거리가 짧으며 이동할 때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탄소중립도시가 된다. 도시계획 용도지역제(Zoning)는 산업혁명 이후 공장과 주거를 분리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관리 수단이다. 결과적으로 이동거리가 자꾸 길어진다. 현재 도시에서 성장하는 산업들은 주거와의 충돌이 없으니, 하나의 건물군 안에 일자리와 주택, 서비스시설을 함께 배치해도 문제가 없다. 용적률도 대개 도로의 폭원과 도로망에 의해 결정됐다. 50년 전 강남 개발 당시, 테헤란로를 따라 노선 상업지역을 결정한 것은 자동차교통 시대의 도시계획이었다.

이제 땅 밑으로 고속열차가 거미줄처럼 연결된다. 사람들은 환승역 중심으로 모인다. GTX가 외곽으로 뻗어나가고 초역세권 중심의 자족생활권을 구성해 다핵분산형 대도시권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도시는 이동거리를 줄이고 이동 필요성을 낮추며, 친환경 대중교통 이용을 늘여가는 탄소중립도시의 새로운 모델이다.

일본 도야마 시는 역세권 중심의 콤팩트시티 지원정책에 대한 관심이 크다. 도시 교외지역에 드문드문 거주하는 고령자를 역세권으로 이전하도록 지원해 생활SOC(사회간접자본) 이용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편리하게 해준다.

콤팩트 거점에서의 삶의 질이나 공공재원의 효율성을 고려해 미래의 도시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대도시권의 환승역세권이나 쇠퇴하는 교외지역의 정주 취락도 콤팩트한 역세권 도시의 모습을 닮아간다. 이동 필요성이 낮고 이동거리가 짧은 도시, 그리고 이동한다면 친환경 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콤팩트한 탄소중립도시의 모델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토기본법에 의한 초광역권 계획이라는 큰 그림 아래 거점과 연계계획이 촘촘하게 짜여야 한다. 어디가 고밀복합의 거점이고 어디가 주변지역인가, 이를 어떻게 연계하고 상호 간에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초광역권 계획이 전제돼야 한다. 역세권 중심의 콤팩트시티 만들기는 탄소중립의 길이자 지역 균형발전의 대안이기도 하다.

기술혁명과 모빌리티혁명이 만들어가는 포스트 코로나 도시에는 산업혁명기의 용도지역제 시스템이나 자동차교통중심 시대에 만들어진 도시계획은 맞지 않다. 친환경 대중교통인 철도의 환승역세권 중심으로 콤팩트한 도시가 탄소중립 시대의 도시다. 이동거리 짧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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