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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어야 할 산 맞은 제2벤처붐 ②]직역단체에 발목 잡히는 스타트업
정부도 문제 없다는데 직역단체 몽니
신산업 성장 막고 소비자 편익 침해 우려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새로운 영역에서 새 출발을 하려는 이들은 기존 사업자들의 ‘텃세’에 마주치기 일쑤다. 그러나 최근 직역단체와 스타트업간 갈등은 텃세 수준을 넘어, 직역단체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신산업을 무위(無爲)로 돌려놓겠다는 식으로 번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신산업이 국내에서는 고사하고, 소비자 편익도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대표 김본환) 지난 형량예측서비스를 출시한지 10개월만에 이를 종료하기로 했다. 형량예측 서비스는 이달 말까지만 제공된다.

로앤컴퍼니가 형량예측 서비스를 ‘접기로’ 한 데에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 강행이 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까지 법률플랫폼 이용 변호사에 대한 징계 조사에 착수했다. 개정된 규정 제5조 제3호에 따르면 변호사 등은 ‘변호사가 아님에도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의 처분·법원 판결 등의 결과 예측을 표방하는 서비스를 취급·제공하는 행위’를 하는 자(개인·법인·기타단체를 불문한다)에게 광고·홍보·소개를 의뢰하거나 참여 또는 협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정확히 로톡 형량예측서비스를 겨냥한 조항이다.

변협과 로앤컴퍼니간의 갈등은 범위를 더 넓혀가고 있다. 대한변협은 앞서 로톡에 참여하는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고 강행해 변호사 참여를 금지시킨데 이어 형량예측 서비스 운영에도 압박을 가했다.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협의 개정 광고규정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문제는 정부도 문제없다고 확인한 사안을 직역단체인 변협이 위법이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헙은 당초 로앤컴퍼니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인 사업모델이라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달 로톡은 광고형 플랫폼일 뿐 이용자에게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는 방식이 아니어서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 밝혔다. 그러나 변협은 이날 법무부의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로앤컴퍼니를 전자상거래법·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고발했다. 정부의 판단에 정면 반박한 것이다.

리걸테크(법+기술) 뿐 아니라 프롭테크(부동산+기술) 분야도 직역단체와의 갈등으로 신산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 중개플랫폼인 다윈중개는 반값 수수료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다.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만 반값 수수료를 받고, 집을 내놓을 때에는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근 개정된 수수료율에 대해서도 반값만 받겠다고 하고 있다. 다윈중개 측은 오프라인 중개를 온라인으로 바꾸면 비용구조가 개선돼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 2019년 서비스 시작 이후 1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지난 4월 다윈중개를 검찰에 고발했다. 협회는 이전에도 2차례나 다윈중개를 검찰 고발했지만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불기소 처분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된 고발전에 최근에는 다윈중개 모델인 개그맨 서경석이 모델에서 하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윈중개 뿐 아니라 직방도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개업 중개사 업계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직방이 지난달 직접 VR로 매물을 보고 중개사와 화상으로 상담을 진행하는 온택트 파트너스라는 서비스를 출시한게 갈등의 원인이 됐다. 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들의 부동산 정보와 광고비로 성장한 기업이 골목상권을 침범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중개사협회는 직방, 다방 등 부동산 중개·정보 애플리케이션이 성장하자 2017년 자체 앱인 ‘한방’을 내놨으나, 직방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으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으로 점유율 확대에 고전하기도 했다.

직역단체의 몽니에 스타트업들이 발목 잡히면서 신산업이 고사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소비자 편익도 침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Traxcn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리걸테크 유니콘은 9개 이상, 유니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이머징 유니콘은 15개 이상이지만 한국에는 한 곳도 없었다. 직역단체가 고수하는 기득권만을 인정하다 보면 법률 시장 정보 비대칭 완화나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등의 소비자 편익이 침해될 소지도 농후하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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