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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적북적]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71개의 진실
백신효과 계산해보니 투자수익 44배
출산율 1.5이하면 반등 가능성 없어
인구감소 예방? 이민 문호 개방이 답
日·中 미래, 인구감소, 노령화에 막혀
온실가스 10%는 음식물 쓰레기애서
삼중창, 더 큰 배터리… 에너지해법 제시
“농업에 필요한 추가적 수고에 토양 침식, 질산염 침출로 인한 생물 다양성 감소, 항생물질 내성균 활성화로 결국 환경까지 해치게 된다. 전 세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10퍼센트는 음식물 쓰레기가 원인이기도 하다.”(‘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에서)

코로나 팬데믹하에서 예방과 안타까운 죽음을 막는 길은 백신접종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백신접종의 효과는 경제적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2016년 미국 의료전문가들은 100곳의 중·저소득 국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 보급에 따른 수익을 계산했다. 백신을 제조·공급·운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질병과 사망에 따른 의료 비용과 노동력 상실, 생산성 저하를 예방함으로써 얻는 수익 추정값을 비교해보니 백신 접종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16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제적 편익을 폭넓게 해석하면 순 편익-비용 비율이 44배에 달했다. 홍역 예방의 투자 수익은 무려 56배나 된다. 결국 전염병을 예방하는 데 백신 접종만큼 확실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는 계산이다.

흔히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데, 막연한 짐작과 추측이 난무할 때 그나마 사실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데이터라는 건 분명하다.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로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사상가인 바츨라프 스밀 캐나다 매니토바대 명예교수는 코로나 팬데믹하에서 쓴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김영사)에서 사실 기반의 명확한 데이터와 입체적인 통계분석으로 세상에 관한 71가지 진실을 밝힌다. 인구와 식량, 에너지,기술, 환경, 국제정세까지 숫자로 우리가 마주한 세상을 읽어낸다.

출산율의 감소는 각국의 고민이다. 특히 한국은 유럽이 200년 동안 겪은 감소세를 30년 만에 겪는 중이다. 총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인구대체출산율은 2.1명으로 한국의 출산율은 0.84명, 세계 꼴찌다. 2019년 프랑스와 스웨덴의 출산율은 1.8명으로 일말의 반등 가능성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출산율이 1.5명 이하로 떨어지면 반등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출산 장려정책이 눈에 띄게 반전을 이뤄낸 사례는 없다며, 저자는 인구 감소를 예방하는 유일하게 확실한 정책은 이민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일본과 중국의 미래를 걱정스럽게 예상하는데 잣대는 인구감소와 빠른 노령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화하는 경제대국 일본의 현재 인구는 1억2700만명으로 2050년에는 9700만명이 예상된다. 그 결과 건설과 의료에 필요한 젊은 노동인구마저 부족해질 것이란 예측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그늘을 드리우는 요소는 적지 않다. 엄청난 빈부격차와 극심한 대기·수질 오염, 턱없이 부족한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 등이다. 그러나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인구다. 중국은 2015년 한 자녀 정책을 포기했지만 이미 인구통계학적 이점은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경제활동인구 비율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중국의 산업적 역동성도 떨어지게 된다. 스밀은 전 세계가 위협을 느낄 만큼 성장하다가 30년간 침체를 겪은 일본에게서 중국의 미래를 읽는다.

반면 경제적 성공에 들어선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인도는 중국보다 경작지가 50퍼센트나 더 많다. 핵을 보유한 인도와 중국의 영토분쟁은 우려를 낳지만 인도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합계 출산율을 최대한 신속하게 낮추는 것이라고 스밀은 지적한다.

기술과 에너지, 환경에 대한 논란도 숫자로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식량 낭비는 환경 뿐 아니라 불평등 측면에서도 우려스럽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작물과 과일 채소의 40~50퍼센트, 어류의 35퍼센트, 곡물의 30퍼센트, 육류, 유제품의 20퍼센트가 버려진다. 식량의 3분의1 이상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미국으로 한정하면 공급하는 식량의 약 40퍼센트가 쓰레기통에 던져진다.

영국의 음식물 쓰레기 총량은 연간 약 1000만 톤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200억 달러에 달한다. 버려진 음식의 70퍼센트는 제대로 처리했다면 먹을 수 있었을 음식이다. 음식물 폐기는 이를 처리하기 위한 기계제작에 따른 자원과 에너지 낭비, 노동력의 낭비를 수반한다. 영국의 폐기물 및 자원 행동 프로그램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예방하는 데 투자하는 1달러는 14배의 관련 이익을 거둬들인다.

저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자 막대한 땅과 사료를 필요로 하는 가축 산업의 대안으로 경제적인 육류 소비를 제안한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소비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다. 2018년 전 세계 육류 생산량 비율은 돼지고기 40%, 닭고기 37%, 쇠고기 23%를 차지하는데, 사료를 고깃살로 전환할 때의 효율이 닭고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쇠고기의 비율을 낮춰 돼지고기 40%, 닭고기 50%, 쇠고기 10%로 조절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생산량을 똑같이 유지하면서 사료를 크게 절약해 환경 부담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일상에서 비교적 쉽게 해결 가능한 에너지 해법도 소개한다. 단열효과를 높이고 에너지 손실을 막는 삼중창이다. 단일창과 비교해 에너지 손실을 90퍼센트까지 줄이는 게 가능하다. 또한 외부 온도가 영하 18도이고 실내온도가 21도인 경우, 창문의 실내 쪽 표면 온도는 단일창의 경우 섭씨 1도 안팎인데 반해 이중창은 섭씨 11도, 삼중창은 섭씨 18도로 창문 바로 옆에 앉아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다. 이는 결로 현상을 예방하는 이점도 있다.

이 밖에 왜 더 큰 배터리가 필요한지, 자동차와 휴대폰 중 어느 것이 더 환경에 나쁜지, 왜 아직은 디젤엔진을 폐기할 때가 아닌지 등 당면한 지구촌 문제를 실생활과 연결, 수치로 명쾌하게 제시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김영사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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