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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 총재, WB 근무 때 中 기업환경순위 올리려 압력 행사
WB, 로펌에 맡겼던 독립 조사결과 발표
2018 기업환경평가 보고 산출방법 변경
자본확충 시급 WB, 중국 지원 위한 차원
中 불만에 7계단 하락할 순위 78위로 유지
‘법적권리 지표’ 고안 덕분…美 “결과 심각”
“김용 전 총재, 불법 변경 직접 지시 증거 없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EPA]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세계은행(WB)이 발간한 2018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보고서에서 중국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당시 WB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자본확충이 시급했던 WB로선 중국의 지원을 받으려고 조사 방법을 변경해 순위 상승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당사자는 의혹을 부인했다. WB는 윤리적 이유를 들어 이 보고서 발간을 중단키로 했다. WB·IMF에 큰 영향력을 가진 미국은 심각한 결과라는 입장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WB는 16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16쪽짜리 ‘2018·2020년 기업환경평가보고서에 대한 데이터 불규칙성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WB는 작년 4월 직원 대상 설문을 했을 때 기업환경평가 보고서 작성에 압력을 받았다는 의견을 접수한 뒤 법무법인 윌머헤일에 독립된 조사를 맡겼다. 윌머헤일은 조사 과정에서 500만장의 서류를 검토하고, 전·현직 WB 직원 30여명을 인터뷰했다.

이에 따르면 2018년 기업환경평가보고서 발간엔 당시 김용 WB 총재의 고위 참모와 게오르기에바 전 CEO가 직·간접적으로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했다. 이 보고서는 신흥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고, 해당 정부는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이 순위를 활용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2018년 보고서의 공개 시점은 2017년 10월 31일이었는데, 중국의 순위는 전년치 보고서와 동일한 78위로 기재됐다. 원칙대로 하면 85위인 등수가 올라간 것이라는 증언과 정황이 드러났다.

게오르기에바 전 CEO는 2017년 10월 18일 이후 보고서 작성팀 등과 회의·이메일을 통해 중국의 순위를 올릴 논의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회의에선 베이징과 상하이의 점수를 높여 순위를 상승시키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다른 국가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이에 법적권리 지표를 활용하는 안이 부상했다. 창업·법적권리·납세 등 3가지 데이터점수로 결국 중국의 순위를 75위로 만들었다. 게오르기에바 전 CEO는 이후 실무팀에 감사함을 표했다고 이번 조사결과서는 밝혔다.

김용 전 WB 총재의 비서실장 등 참모도 중국 순위 끌어 올리기에 노력한 것으로 나왔다. 중국이 김용 전 총재 등 WB 고위층에 자국의 개혁 노력을 기업환경평가보고서가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한 영향이었다. 예컨대 2018년치 보고서가 나오기 한 달여 전 김용 전 총재의 한 참모는 ‘중국 결과가 긍정적이진 않을 것 같다’, ‘얼마나 (순위가) 떨어질지 아직 모르겠다’는 내용을 전달받자, “울 것 같다”고 이메일로 답신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

현 IMF 수장인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조사결과와 해석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는 “이미 IMF 집행이사회에 이 문제에 대해 초기 보고를 했다”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의 알렉산드리 라마나 대변인은 “심각한 결과이고, 보고서를 분석하고 있다”며 “국제금융기구의 무결성을 유지하는 게 우리의 주요한 책무”라고 했다.

조사를 진행한 윌머헤일 측은 김용 전 총재에 대해선 중국 데이터의 불법적인 변경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울러 이번 조사결과서는 2020년도 기업환경평가 보고서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아제르바이잔의 순위 결정에 사용된 데이터에 부정이 있었다고 봤지만, 총재실이나 이사가 연루된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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