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박병국의 현장에서] 국격과 삶의 격

이른바 ‘국격’(國格)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호조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엔(UN)은 한국을 5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라는 각국 정상의 찬사도 이어진다. 외국인이 나와 한국의 문화와, 먹거리를 칭찬하는 TV프로그램도 쏟아진다. K-팝, K-방역, K-조선, K-치킨....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가대항 스포츠경기 때만 외치던 ‘KOREA’가 이렇게 일상 깊숙이 들어온 적은 없다.

정부는 거시경제지표도 좋아지고 있다고 자평이다. 지난 7월 수출액은 554억달러로 역대 최대 금액을 경신했다. IMF는 지난 7월, 한국 경제의 올해 성장 전망을 지난 4월 3.6%에서 4.3%로 전망했다. 정부는 IMF전망의 상향 조정폭(0.7%포인트)은 선진국 평균(0.5%포인트)을 넘어서는 수치라고 본다. 같은 달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우리나라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며 “수출호조에 따른 강한 경제회복이 당분간 한국의 신용도를 지지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지표는 자랑할 만하다. 정부도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놓치진 않는다. 국무회의 때나, 방탄소년단(BTS)을 불러 문화특사 임명장을 수여할 때도, 국격이 언급됐다. 높아진 국격과 위상이 반영됐기 때문일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을 유지한다. 지지율에 근거한다면 최초의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 유력하다.

높아진 국격은 가슴 가득 벅차오르는 무엇이기도 하다. 국제대회에서 부상투혼 끝에 우승한 선수와 태극기가 가장 높이 걸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 타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식과 한국음악을 마주하는 것일 수 있다. 국격은 ‘감정’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자, 이제 국격은 충분히 언급했으니 개개인의 삶의 격(格)를 이야기해보자. 국민의 삶의 품격은 국격만큼 높아졌는가. 국민은 높아진 국격을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가. 국민은 높아진 위상의 대한민국에서 충분히 행복한가. 대통령도, 청와대 참모들도, 정부관계자도 이에 대한 답을 명확히 하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영업을 못하게 된 자영업자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집값 상승으로 청년들은 희망을 점점 잃어간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하나 빼고 다 잘했다’는 지지자들의 항변은, 향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부동산을 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로하지 못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 마지막으로 기원해본다. 국격은 충분히 높아졌으니, 이제 코로나19와 부동산으로 피폐해진 국민의 삶의 격을 높일 차례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럼 ‘온기’가, 한사람 한사람에게 전해지길 희망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문 대통령은 지난 1년여 동안 많은 행사에 참석하고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과 삶의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청와대에 불러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coo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