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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랫폼 성장 동력 ‘급브레이크’...상생 압박에 ‘뉴 카카오’의 미래는?
“반쪽짜리 상생안” vs “IT업계 위축 선례”
카카오 상생안 발표 두고 엇갈리는 반응
방관하던 정부·정치권...‘뒷북 규제’ 논란도
“기업 길들이기 짙어...혁신동력 상실 경계”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란 본질에 맞게, 파트너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김범수 카카오 의장)

카카오가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전방위적인 규제 압박에 결국 꼬리를 내렸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일부 계열사들을 정리하고 3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한다. 지금의 카카오를 만든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거침 없는 사업 확장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아가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빅테크 규제 일변도로 몰아붙이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자칫 IT 산업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년 성공 방식 버렸다...‘뉴 카카오’ 탈바꿈 가능?=카카오는 14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상생안을 내놨다. 핵심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업 철수 ▷3000억원 규모의 상생기금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기업 전환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가장 논란이 컸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스마트호출(빠른 호출) 서비스 폐지 ▷택시 기사 유료 멤버십 요금 인하 ▷기업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 철수 ▷대리운전 기사 변동 수수료제 적용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상생안을 주도한 김범수 의장은 과거 10년 동안 카카오가 성장을 위해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사회적 책임 중심의 상생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뉴 카카오’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상생안을 두고 업계 및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생기금 조성은 소위 ‘옛날 기업’ 재벌들이 논란에 휩싸이면 사회 환원하겠다고 발표하는 패턴을 답습하는 모습”이라며 “문어발식 경영은 여전한데다 자녀 승계 의혹 등이 일었던 케이큐브홀딩스를 그대로 유지한 채 진행하는 건 반쪽짜리 상생안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도 “철수를 선언한 기업형 꽃 배달 등 서비스는 어차피 수익과는 크게 상관없는 사업”이라며 “카카오 전체 차원에서 좀 더 과감하게 문어발식 서비스를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빅테크 기업의 시장 철수가 오히려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고 스타트업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IT 스타트업 대표는 “카카오가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은 건 맞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 편의성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며 “빅테크 기업의 특정 시장 철수는 향후 플랫폼 업계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부정적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뒷짐 쥐던 정부·정치권, ‘뒷북 규제’ 논란=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과정에서 관련 당국과 정치권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규제 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지적도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공정위는 카카오 관련 44건, 네이버 관련 32건의 기업결합을 심사해 전부 승인했다. 이 가운데 66건은 간이심사 방식을 통해 신속 승인했다.

즉, 최근 5년 동안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을 별다른 규제 없이 모두 승인, ‘몸집 키우기’를 방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카카오가 상생안을 발표한 후에도 관련 규제도 지속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은 ‘택시호출비 상한법’을 대표발의했다. 플랫폼운송중개사업자가 택시호출중개요금을 정하는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게 하고 기존 택시 기본요금의 50% 범위에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카카오가 상생안을 통해 ‘빠른 호출’ 서비스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직후였다.

▶“ ‘기업 길들이기’ 색깔 짙어”...혁신 원동력 상실 경계 목소리도=온라인 플랫폼을 둘러싼 새로운 규제가 쏟아지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행법으로 충분히 플랫폼을 견제할 수 있지만, ‘기업 길들이기’ 차원에서 혁신을 지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은 총 9개에 달한다. ▷데이터 독점 방지(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개거래시 표준 계약서 작성(공정거래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등) ▷플랫폼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플랫폼 갑질 방지 효과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이유를 법 제도 미비로 돌리는 것은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을 적시적기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적지않은 규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지·유동현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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