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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룡 손보려다 자칫 ‘혁신 생태계’ 파괴...플랫폼 상생 ‘길’ 터야
공정위 이어 방통위·금융위까지 압박
현행법으로도 충분한데 옥상옥 규제
대선 앞둔 ‘자영업자 표심잡기’ 의구심
“플랫폼, 파트너와 함께 성장” 신뢰줘야
경기도 성남시 사옥 ‘네이버 팩토리’(왼쪽), 카카오 제주도 본사

정부와 정치권이 일제히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까지 모두 나서 ‘빅테크 규제’ 흐름에 동참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규제 효과를 달성하기보다는 기업 길들이기 색깔이 짙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을 통해서도 플랫폼 입점 업체와 불공정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용자 보호가 부족한 플랫폼을 견제할 수 있지만, 그저 “온라인 플랫폼 전용 규제가 생길 때가 됐다”는 차원에서 혁신을 지체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현행법에 또 추가 규제...“사회적 비용만 늘어”=13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직접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해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은 총 9개에 달한다.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을 방지하고 이용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같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 독점 방지(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개거래시 표준 계약서 작성(공정거래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등) ▷플랫폼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검색 배열순위 결정 원칙(알고리즘) 공개(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등) 등 대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발의된 법안이 목표하는 효과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예컨대 ‘데이터 독점’의 경우, 부동산정보업체들과 서비스 제공 계약을 추진하려던 카카오의 시도를 방해한 네이버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례가 있다. 지난 2019년 공정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특별전담팀이 출범한 이후 첫 제재였다.

또 대부분의 법안에는 플랫폼이 입점 업체에 갑질을 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는데, 쿠팡의 ‘아이템위너’ 제도가 최근 공정위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는 등 이미 정부의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 아이템위너란 동일 상품 판매자 중 최저가 등을 제시한 특정 판매자 상품을 소비자에게 단독 노출하는 제도로, 이를 위해 쿠팡은 약관에 판매자 제공 콘텐츠를 쿠팡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조항을 뒀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이유를 법 제도 미비로 돌리는 것은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을 적시적기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적지않은 규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혁신보다 ‘플랫폼 때리기’=굳이 새로운 규제를 마련하려는 배경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렸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플랫폼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택시업계 등 자영업자의 표심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 호출비 인상을 시도했다가 택시 업계 및 이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정치권 도마에 올랐다. 결국 요금 정책은 다시 변경됐지만, 이를 빌미로 정치권과 당국은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연일 내놓고 있다. 지난 7일 민주당 송갑석·이동주 의원은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었고, 같은날 을지로위원회는 플랫폼 업계 분야별 피해·갈등 사례 수집을 시작했다.

이한상 고려대경영대 교수는 “플랫폼에 대한 여당 내 반감이 심한 상황에서 정치의 계절까지 다가오니, 유통, 모빌리티, 핀테크 등 서로 다른 업권이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한데 묶여 정치권 입방아에 오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핀테크의 경우 최근까지만 해도 금융 당국의 아낌없는 지원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다. 금융위는 간편결제업체에 후불결제를 허용해주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등, 한국은행과 기존 금융권의 거센 반발에도 혁신에 방점을 찍어왔다. 하지만 지난주 금융위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빅테크가 자사 플랫폼에서 보험·펀드 등 금융상품을 비교해주고 추천해주는 서비스에 돌연 제동을 걸었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두가 플랫폼 규제를 외치는 상황에서 금융만 예외일 수 없지 않겠느냐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나온 결정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플랫폼도 이용자 상생으로 신뢰 구축 필요”=하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도 이용자와의 신뢰 회복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아무리 혁신적 서비스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한들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다면 정치권의 타깃이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설명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점업체나 이용자가 부담을 느낄 정도의 수익화 시도가 있다면 반발은 당연하고, 정치권은 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생리”라며 “얼마나 많은 혁신을 이뤄냈는지와 별개로 소비자나 파트너와의 신뢰가 구축돼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담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기자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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