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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건재함 확인된 ‘스폰서 문화’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9일 발표한 이른바 ‘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 사건 수사결과가 여러 면에서 실망스럽다. 우선 의혹의 실체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것이 그렇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비롯해 검사와 언론인 등 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당사자들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구매 영수증과 차량 출입기록 등의 증거가 확실해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받은 금품이 대가성 뇌물인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통화내역 등을 살펴봐도 대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씨가 아무 이유 없이 사회 지도층 유력 인사들에 금품을 살포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숱한 반면교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김씨가 단순히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려고 금품을 뿌렸을 리가 없다는 얘기다. 변죽만 요란하게 울렸을 뿐 의혹의 실체라 할 사기 피의자의 정관계 로비 여부는 규명하지 못한 것이다.

부적절한 금품을 받았지만 처벌이 어려운 현행법의 한계도 이번에 드러났다. 수수 금품이 청탁금지법상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모 전 포항경찰서장이 검찰 송치를 피했고, 일부 유력 정치인들도 입건되지 않았다. 경찰 수사가 정치인 봐주기와 제식구 감싸기로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여전하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된 것이 개탄스럽다. 현직 특검은 말할 것도 없고, 부장검사와 중견 언론인 등이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사기 피의자가 제공한 금품을 챙긴 것이 이번에 입증됐다. 그 내용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고급 수입차 무상대여는 기본이고, 현금이 든 명품 지갑과 고가의 골프채 세트, 호화 풀빌라 접대 등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금품과 향응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았다. 심지어 자녀 학원 수강료 대납도 요구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사라졌다는 ‘스폰서 문화’가 검찰과 사회 지도층 일각에선 아직도 횡행하고 있었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그 대상이 누구든 추가 단서가 발견되면 즉시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특히 검찰은 ‘스폰서 검사’ 근절이 더 이상 빈말이 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권력과 돈의 결탁 고리를 끊어내는 게 검찰 개혁의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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