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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김태호 PD, 콘텐츠 생태계속 앞으로의 행보는?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무한도전’ ‘놀면 뭐하니’의 연출자인 MBC 김태호 예능 PD가 20년만에 회사를 떠난다. 최근 MBC에 사의를 표명했고, 사표는 아직 내지 않았지만, 오는 12월까지만 현재 소속된 예능본부에서 근무한다고 한다.

김태호 PD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그는 “당장 내년부터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라고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썼다. 그 자신도 이제 변화와 적응이라는 길을 가고 있다는 뜻이다.

김태호 PD는 방송국 PD중에서 수십억대의 스카우트 제의를 가장 먼저 받은 사람이다. 많은 예능 PD들이 지상파를 떠나 케이블, 종편, 콘텐츠 기업 등으로 갈 때도 MBC를 지켰다. 유난히 자신의 소속사인 MBC에 대한 애착이 많았다. 이제 방송국 예능 PD, 즉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 기업에 가는 게 보편화된 시점에 20년 근무한 MBC를 떠나는 것이다.

김태호 PD는 콘텐츠 관련 사업에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무한도전’ 관련 굿즈중 달력 하나의 매출만 예를 들어도 그의 콘텐츠 비지니스 감각은 충분히 증명된다.

MBC는 지금은 많이 달려져 외부와의 협업 등으로 열린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김태호의 역량을 충분히 담아내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태호 PD는 MBC 직원이라는 틀안에서 독립적으로 사업도 하는 예외적 PD였다. PD가 사업을 하는 게 어색할 때부터 사업을 했다. 김태호 PD는 독자적인 사업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MBC와 ‘불완전한 동거’를 해왔다. 여기서 ‘불완전한’이라는 의미는 콘텐츠를 히트시키고 광고 협찬, 판매 사업으로도 성공시킨 창작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게 지상파 특성상 제약과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김태호 PD가 노홍철과 비(정지훈)가 출연하는 넷플릭스 예능 시리즈 ‘먹보와 털보’ 연출을 맡았을 때에도 MBC에 재직한 상태라는 것도 과거 같으면 그리 쉽지 않은 구도다. ‘먹보와 털보’는 노홍철과 비가 바이크를 타고 전국의 맛과 멋, 멍까지 찾아 떠나는 좌충우돌 로드트립 버라이어티로, 지난 8월 이미 촬영을 마친 상태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 전성기였던 2013~2014년쯤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중에 프로덕션을 차려 ‘무한도전’ 스핀오프물을 하나씩 제작하고 싶다고. 그리고 최근 MBC 내부에서는 김태호 PD의 사의 표명을 “다양한 포맷과 다양한 플랫폼을 원하는 크리에어터로서의 목마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 가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김태호 PD의 앞으로의 거취와 행보는 방송국이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업을 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이적하거나, 또는 스스로 프로덕션을 차려 OTT나 지상파, 케이블 방송국에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플랫폼마다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한 가지 기준에서 콘텐츠를 평가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상파에서는 욕 먹을 콘텐츠가 OTT로 오면 괜찮은 콘텐츠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는 지상파에 편성돼 논란이 됐지만, 그것보다 훨씬 수위가 높은 웹드라마 ‘인간수업’은 넷플릭스에 편성돼 논란이 되지 않았다.

예능도 훨씬 다양한 장르와 성격의 콘텐츠를 만들어 그에 어울리는 플랫폼과 방송국을 찾아가야 한다. 김태호 PD는 이런 다양한 예능을 만들어내는 데 최적화된 PD다. 그는 예능 PD로서 평균치 웃음을 만들어내는 대중성과 덕후적 발상에 의한 매니악(maniac) 하고 기발한 감성을 두루 다 가지고 있다.

2001년 1월 MBC에 입사해 지난 20년동안 MBC 예능 프로그램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김태호 PD는 ‘놀면 뭐하니?’를 후배들과 함께 하며 아름다운 작별을 고할 예정이다.

김태호 PD는 이제 지상파라는 판을 벗어나 훨씬 더 커진 예능판(플랫폼 구조)에서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그게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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