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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토론 없는 ‘국힘 정책발표회’...국민은 안중에도 없나

국민의힘이 1차 대선후보 경선 컷오프(예비경선)를 앞두고 7일 예비후보 정책공약발표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맹탕’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실시된 대선후보 비전발표회와 마찬가지로 7분간 공약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맥빠진 분위기가 고스란히 재연됐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처음부터 예견돼 있었다. 애초 국민의힘은 예비경선을 앞두고 2차례 후보 토론회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와 일부 주자 간 갈등으로 토론회가 무산되고 ‘발표회’로 대체됐다. 토론이 원천적으로 봉쇄돼 날카로운 후보 검증이 물 건너 가게 되니 긴장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이란 혹평을 들었던 비전발표회의 문제를 일부 보완하기는 했다. 후보마다 2분간의 질의응답시간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 긴장감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전 추첨을 통해 결정된 한 명의 후보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게 했는데 제대로 된 토론으로 이어지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 그러다 보니 문답 내용도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나마 질문 내용도 발표된 공약으로 한정해 검증의 칼날을 내밀 여지는 거의 없었다.

더 황당한 건 발표회에 임하는 참석자들의 자세다. 10명이 넘는 대선주자가 한자리에 모였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리에 앉아 졸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후보들이 적지 않았을 정도다. 더욱이 일부 후보는 자신의 발표가 끝나자 ‘다음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이게 제1야당의 대선 후보 정책발표회의 실제 장면들이다. 실망의 연속이다.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로 중계된 이날 행사의 최대 동시 접속자는 4000여명이었다고 한다. 이 채널은 얼마 전 국민의힘 대변인을 공개 선발하는 ‘나는 국대다’를 실시간 중계한 바 있다. 이때 동시 접속자 수는 2만명이 넘었다. 당 대통령 후보의 생각을 들어보는 데 보인 관심이 당 대변인 뽑을 때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치열한 토론은 필수다. 국민이 이를 통해 각 후보자의 면면과 경쟁력을 거듭 검증하고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진이나 찍는 형식적 정책발표회는 사실상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같다. 경선 절차는 후보의 이해에 따라 오락가락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진행돼야 한다. 국민의힘이 최종 경선전에서도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그 대가는 내년 대선에서 혹독하게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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