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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간호하고 왔는데 “신의 자식” 괴롭힘…해군 일병 휴가중 ‘극단적 선택’
아버지 불의의 사고 때문에 청원휴가
“신의 자식” “꿀 빨고 있다” 괴롭혀
함장에 SOS…“가해자 분리 안 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해군 강감찬함 소속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구타·폭언·집단따돌림 등을 당한 해군 ‘강감찬함’ 소속 일병이 휴가 중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인권센터는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센터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타·폭언·집단따돌림 등을 겪었던 강감찬함 소속 정모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죽음에 이르게 한 군이 명백히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센터에 따르면 정 일병은 지난해 11월 어학병으로 해군에 입대, 지난 2월 1일에 강감찬함에 배속됐다. 그런데 전입일로부터 열흘이 지나 정 일병의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가 나 정 일병은 간호를 위해 2월 25일까지 2주간 청원휴가를 냈다. 같은 달 25일에 부대 복귀한 정 일병은 코로나19 관련 지침에 따라 3월 9일까지 격리 조치됐다.

그런데 이후 선임병들의 정 일병에 대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아버지를 간호하고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의 자식이다” “꿀을 빨고 있다”고 하며 그를 따돌렸다. 갑판병인 정 일병이 실수를 하자 3월 16일에 선임병 2명이 가슴을 밀쳐 갑판에 넘어뜨렸다. 그러면서 “뒤져버려라”라고 폭언했다고 한다.

같은 날 밤 정 일병은 함장에게 카카오톡으로 선임병들의 폭행과 폭언을 신고한 뒤 비밀을 유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함장은 피해자를 선임병들과 분리시키지 않고 보직만 바꿔 여전히 가해자들과 마주치게 방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3월 26일 정 일병은 가해자들과 한 배에서 지내다 자해 시도를 했고, 이후 함장에게 연락해 구제 요청을 했다. 이때 함장은 정 일병에게 “가해자들을 불러 사과를 받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다.

3월 28일 정 일병은 구토와 과호흡 등의 공황장애 증상을 보였다. 그러나 함장은 정 일병을 하선 조치하지 않고 같은 달 29일 ‘도움병사 C등급’으로만 지정했다. 같은 달 30일 정 일병은 갑판에서 청소 중 기절한 채 발견됐다.

함장은 4월 6일에 정 일병을 하선시켜 민간 병원에 위탁 진료를 보냈다. 정 일병은 4월 8일에 정신과에 입원했고 같은 날 강감찬함은 징계위원회가 아닌 ‘군기지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를 회부했다. 군기지도위원회는 군기훈련이나 벌점 등을 부여하는 곳이다. 지난 6월 8일 퇴원한 정 일병은 같은 달 18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센터는 “후임인 피해자와 선임인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화해시킨다’는 명목으로 함장이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 사과시킨 것은 엄연한 2차 가해로, 매우 부적절한 조치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해군은 함내 관계자들의 신상을 확보하기는커녕 정 일병 사망으로부터 열흘이 지나고서 함내 관계자들을 인사 조치 없이 그대로 청해부대로 보내버렸다”며 “함장, 부장 등 주요 수사 대상자는 아직도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해군 관계자는 “현재 사망 원인과 유가족이 제기한 병영 부조리 등에 대해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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