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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20조 뉴딜펀드 책임자에 ‘금융 문외한’ 낙점이라니

2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펀드’ 운용을 담당할 금융회사의 투자를 총괄하는 임원에 관련 경력 및 자격증이 없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 선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정책자금을 굴리는 준공공기관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신임 투자운용본부장에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내정하면서 불거졌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산업은행과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금융 분야 공공기관들이 출자해 만든 회사로, 사실상 공기업이다. 한국성장금융은 지난 1일 발송한 주주 서한에서 “오는 16일 주총에서 황 전 청와대 행정관을 신임 투자운용2본부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 역점 사업인 뉴딜펀드는 시중에 넘치는 자금을 신재생에너지·차세대 이동통신·미래차·데이터센터 등 미래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로 돌리기 위한 것이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2025년까지 7조원을 출자하고 민간이 13조원을 투자해 20조원 규모로 조성된다. 재정 여력이 여의치 않은 형편에서 민·관이 협력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신성장동력 확보와 성장 과실의 사회적 공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책임이 막중한 자리에 전문성은 물론 관련 경험도 없는 ‘무자격자’를 내리꽂는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하다.

황씨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기획조정국장과 19대 대통령선거 전략기획팀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약 2년간 조국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당연히 자산운용 분야 경력이 전무하고 펀드매니저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금융투자협회)도 없다. 이런 금융 문외한이 고도의 전문성과 다양한 투자 경험을 요구하는 자리를 맡는다니 가당찮은 일이다. 이러니 ‘위인설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성장금융은 최근 투자운용본부를 1본부와 2본부로 나누는 조직개편을 했는데 1본부장은 금융전문가가 발탁됐고 황씨는 2본부장에 내정됐다. 황씨를 위한 자리를 새로 만든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낙하산·코드인사 비판에 한국성장금융 측이 내놓은 변명은 더 고개를 젓게 한다. 한국성장금융 측은 “청와대나 정부의 소통도 운용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라며 “본부장이 직접 운용에 관여하기보다는 운용 방향이나 철학, 위탁운용사 관리 등의 업무에 집중할 계획인 만큼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황씨는 전문적 업무와는 상관없고 들러리로 서 있을 뿐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선무당이 사람잡는 꼴’은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친절한 설명으로 들리기도 한다. 해괴한 궤변으로 둘러될 것이 아니라 선임을 철회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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