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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구하라법’과 유언대용신탁 활용법
신영증권 헤리티지사업부 양다예 변호사

최근 한 살도 되지 않은 딸을 두고 이혼한 생모가 30여 년 만에 나타나 순직한 소방관 딸의 재해유족급여를 주장한 사건이 있었다. 인사혁신처는 양육책임 불이행을 이유로 대폭 감액결정을 했다. 이는 ‘공무원 구하라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공무원재해보상법이 시행된 후 첫 적용 사례가 됐다.

이처럼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가족구성원에게 직계존비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권이 부여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소관위원회에서 심의중이다. 일명 ‘구하라법’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게 중대한 범죄행위, 학대 또는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청구나 유언 등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의 상실을 선고하는 것이다.

자식을 버리고 연락조차 되지 않았던 생부, 생모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법적상속분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감정을 고려할 때 크게 반하는 행동이다. 개정안에 이를 적극 반영해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추정상속인의 상속권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서는 대습상속 제도도 함께 손봤다.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경우(현행법에서는 상속결격이 된 경우도 포함), 그 직계비속 및 배우자가 사망(상속결격)한 사람의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는 것이다(민법 제1001조).

그런데 추정상속인이 상속결격·상속권상실이 된 경우에도 그 직계비속 또는 배우자에게 대습상속을 인정할 경우, 그들과 가족으로서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결격자는 반사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상속권을 박탈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사실상 무색하게 될 것을 우려해 이를 배제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라 상속결격·상속권상실시 대습상속을 배제할 경우, 유류분권(일정 범위의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상속분을 정해 상속재산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 역시 주장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유류분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상속인일 것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정상속인 본인은 물론, 그 직계비속이나 배우자 또한 유류분 역시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즉, 상속재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실제 시행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 많은 분들과 상담을 해보면, 내 아들이나 딸이 미운 것과 손자녀가 미운 것은 별개이다.

이럴 때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다. 신탁을 통해 손자녀를 수익자로 지정하되, 손자녀가 성년이 된 이후, 또는 상속결격·상속권상실된 추정상속인이 사망한 이후에 상속재산이 귀속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미운 아들은 손대지 못하지만, 손자녀만큼은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추정상속인에 대한 피상속인의 마음은 양가적이다. 꼴 보기 싫은 아들이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녀의 몫은 마련해주고 싶다면 유언대용신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신영증권 헤리티지사업부 양다예 변호사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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