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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이 면죄부?"…끝이 없는 택시기사 폭행 사건[촉!]
운전자 폭행사건 증가세…작년 2894건 ‘하루 8건꼴’
합의 등으로 대부분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나
전문가 “술은 면죄부 될 수 없어…더 강한 처벌 필요”
택시 관련 이미지. [게이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이어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 장정구 씨까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술에 취해 벌어진 사건이다. 주취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처벌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운전자 폭행 사건은 ▷2018년 2425건 ▷2019년 2587건 ▷2020년 2894건으로 증가일로다. 지난해 기준 하루 8건 꼴도 운전자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해 구속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1% 안팎에 그치고 있다. 상당수가 주취자에 의해 벌어진 사건으로, 경찰에서도 합의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취자에 대해 관대한 사회 분위기가 그런 경향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A(71) 씨는 운행 중 자신을 폭행한 만취 승객과 경찰서까지 갔지만 결국 합의를 해줬다. A씨는 “경찰서까지 가서 다음에는 (승객이)또 그러지 말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유 불문하고 처벌해 주시오’ 하고 나왔다. 그런데 부인까지 와서 제발 합의해 달라고 비니 (합의를)안 해주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운전자 폭행죄는 운행 중 일어났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적용된다. 특가법은 승객이 승하차를 위해 정차한 상황을 포함해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협박하거나 폭행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로 처벌한다. 택시업계와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대부분의 경우 합의나 벌금형 같이 경미한 수준으로 처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술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폭행을 저지른 주취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한결의 박상융 변호사는 “주취 범죄자에 대한 구속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피해자가 합의하면 통상 기소유예나 벌금형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관이나 재판부도 ‘술을 먹으면 그럴 수 있다’는 인식을 아직까지 많이 갖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만취 상태로 폭행한 사람은 금주 치료를 받도록 조건부 불구속을 가능하게 하거나 (알코올 중독이 심한 주취폭행자의 경우)보호관찰 등을 통해 술을 끊었는지 관리 감독을 하는 방식 등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약자에게 공격성을 보인 사람은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술 핑계를 대는 주취폭행자는)술을 먹기로 결정한 선택부터가 이미 본인이 범죄를 저지르겠다고 자해를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알코올이 들어가면 이성이 제어하던 감정이나 폭력성이 풀리는 경향이 있다”며 “처벌 강화는 물론 술을 많이 먹는 것 자체를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문화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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