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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좋거나 다르거나...고객이 가장 원하는 것, 그걸 찾았죠” [피플 & 스토리-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베스트 오어 디퍼런트’ 제1 경영원칙으로
李대표 취임후 대체자산 투자 두배 ‘껑충’

상품·리스크 철저한 관리로 높은 신뢰도
KB자산운용 펀드규모 16조 압도적 선두

테마형 펀드 다양화로 ETF점유율 늘리고
최저보수로 부담덜어 ‘투자 대중화’ 이끌어

고령화시대 노후설계 디딤돌役 대비 나서
“고객체감 수준으로 연금펀드보수 낮출 것”

韓증시, 디스카운트 요소 상당부분 완화
‘신흥국’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도 가능
모두가 간접투자의 위기를 논할 때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최고’와 ‘차별화’ 역량을 갖춘다면 고객은 찾아올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취약한 노후 대비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보수 부담을 덜어 연금 투자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자산운용 본사에서 이현승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은 일상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는 투자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나타난 폭락장에서 급증한 개인투자자들은 증시의 판도 자체를 바꿨다. 직접 투자가 보편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한 간접 투자 시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고객의 돈을 모아 운용했던 자산운용사들의 최대 고민은 지속가능한 생존이다. 모두가 생존 전략을 짜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운용업계의 ‘메기’ 역할을 자임하는 KB자산운용에서 이런 흐름이 더욱 뚜렷하게 감지된다. 2018년 취임 이래 4년째 KB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는 이현승 대표를 만나 간접투자 시장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이 대표는 운용업의 존재 이유를 ‘정보의 대가’로 규정한다. 대가를 지불할 만큼의 정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이 대표는 “고객들이 정보의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금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돈을 구해주거나,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의 돈을 벌어줄 때로 요약된다”라며 “이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제공하거나, 변동성이 있는 상황에서 자산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고객들은 대가를 지불할 의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코로나19가 자산운용업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정의해 주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증시에 대거 들어온 개인들이 다방면에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얻기 시작하면서 개인과 기관의 정보 격차가 거의 없어졌다”며 “이럴수록 자산운용사들이 본연의 역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들의 정보 접근에 제약이 있으면서 가치가 있는 정보를 자산운용사가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펀드, 비공개 기업 투자 등 대체자산 투자나 신흥국 시장 관련 정보,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자산배분 측면에서 자산운용사가 전문적인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신에서 이 대표는 KB자산운용을 이끌기 시작한 이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일찌감치 대체자산 투자를 크게 키웠다. KB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와 특별자산 펀드의 총 규모는 이달 기준 15조8251억원을 기록하며 대체자산 투자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가 취임하기 전인 2017년 말 8조3700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뛰었다. 업계 순위도 4위에서 1위로 올랐다.

그는 대체자산 투자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내는 비결에 대해 높은 신뢰도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이 대표는 “운용사는 좋은 딜(deal)을 발굴해 신속하게 처리해준다는 신뢰감과 법적 및 운용상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준다는 역량으로 무장해야 한다”며 “국내외 인프라·부동산·기업 투자의 포트폴리오 균형을 적절히 맞춰 변동성에도 취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수년째 증권업계에서 경영자로 활동하며 지키는 경영 원칙은 하나다. 최상의 상품을 내놓거나 적어도 다른 운용사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베스트 오어 디퍼런트(Best or Different)’ 전략이다. 그는 “고객에게 최상의 상품 가치를 제공할 수 있거나 적어도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야 경쟁에서 살아남는 동시에 고객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며 “남들이 보지 못한 트렌드를 파악해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같은 소신은 차별화된 상품의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연초 ESG펀드를 시작으로 메타버스 펀드, 수소펀드 등을 내놨다. 내달 초엔 블록체인 관련 기업과 산업에 투자하는 ‘KB 디지털 체인 펀드’의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모두 한 발 앞선 흐름으로 현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급성장 중인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상당한 공력을 쏟고 있다. 그는 “ETF는 단순 펀드가 아닌 플랫폼 비즈니스가 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성장할 수 밖에 없다”며 “우리가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ETF 시장에서 차별화된 상품으로 고객을 사로잡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은 투자의 대중화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고객의 보수 부담을 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출혈 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미 보편화된 지수형 펀드 시장에서 저보수 전략을 무기로 삼는 대신 특화된 상품에서 제 값을 받겠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이에 KB자산운용은 지난 2월 시장대표지수 3종(KBSTAR200, KBSTAR200TR, KBSTAR미국나스닥100)의 보수를 0.17%~0.021%로 내린데 이어 4월엔 전세계 최저보수인 0.021%로 ETF 2종(KBSTAR미국S&P500, KBSTAR유로스탁스50)을 출시했다. 이런 전략은 외형을 키우는 데 주효했다. KBSTAR 미국나스닥100 ETF의 경우, 나스닥100 ETF 상품 중 늦게 출시된 편이지만 보수를 크게 낮추면서 올해 들어서만 몸집이 600억원 이상 불었다. 이달 들어선 순자산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차별화된 테마형 펀드 출시와 보편화된 지수 상품의 최저보수 전략은 업계 내에서의 존재감을 분명히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6.5%에 불과했던 ETF 시장의 점유율은 이달 말 기준 8.9%로 늘었다. KB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규모도 5조5362억원으로 집계되며 연초에 비해 약 60% 급증했다.

이 대표는 향후 ETF 시장의 점유율을 두 자릿수로 높이고 전체 시장에서 수탁고(AUM) 기준 2위 수준에 근접하겠다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위에서도 선두 자리를 지키는 것이 그의 목표다. KB자산운용의 올해 상반기 ROE는 38.7%를 기록하며 다른 대형 운용사들을 가뿐히 눌렀다.

이 대표의 눈은 이제 노후를 대비한 투자 시장으로 향한다. 퇴직연금펀드 시장은 그가 반드시 성장시키고 싶은 분야 중 하나다. 노후 설계의 디딤돌을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고령화 속도가 노후를 대비한 투자 시장의 급성장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히 커진 경제 규모에 비해 취약한 노후 대비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런 소신에 작용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단독 대표 체제로 돌입한 이후 리테일조직을 연금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등 연금시장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비 중이다.

이런 자신감에서 KB자산운용은 노후 대비 투자 상품의 운용에서 홀로 서기에 나선다. 글로벌 운용사 뱅가드의 자문을 바탕으로 운용해온 ‘KB온국민TDF’는 내년부터 독자운용에 돌입한다. 위탁운용이 아닌 자문계약을 통해 운용해온 만큼 독자운용에 무리가 없다고 이대표는 판단한다. 그는 대신 뱅가드에 지불하던 자문비용을 온전히 고객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배정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국내 인구 구조상 연금시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퇴직연금펀드의 수익률을 높여 연금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자문 계약 종료로 자문 비용이 절약된 만큼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금펀드의 보수를 낮출 계획”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한국 증시의 미래로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에 휘청이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현상에 대한 물음에, 이 대표는 낙관적인 전망으로 답했다. 그는 여전히 신흥국 수준의 대접을 받고 있는 국내 증시가 머지 않아 도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늘 나왔던 코리아 디스카운드 이야기가 최근엔 크게 줄었는데 이는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등 디스카운트 요소가 상당 부분 완화된 덕분”이라며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코리아 프리미엄’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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