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헤럴드시사] 빅테크 규제, 끊임없는 혁신을 위한 필요조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는 ‘디지털 경제’다. 과거 전통 경제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전통 경제가 규모의 경제에 의해 작동했다면 디지털 경제는 플랫폼 기반의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발전한다. 디지털 경제의 또 다른 차별성은 플랫폼 비지니스는 선점한 자가 모든 것을 다 갖는 ‘승자 독식 경제’다. 그래서 플랫폼 비지니스는 벤치마킹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최근 빅테크 규제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EU는 빅테크기업 독점 구조개선을 위해 디지털시장법 초안을 발표했고, 미국은 지난 6월 온라인플랫폼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독점 규제 5개 법안을 하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공동으로 발의했다.

국내에도 유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 선도를 위한 국가 발전 전략으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축으로 하고 있다.

이 중 디지털 뉴딜은 ICT산업을 기반으로 데이터 경제의 꽃을 피우려는 전략이다. 부처별 디지털 뉴딜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일부 기업의 데이터 독점으로 소비자 선택권 감소, 혁신 및 기업가 정신 약화 등의 폐해를 우려한다.

전 세계적인 이 같은 움직임은 빅테크 지배력이 과도하게 커져 산업을 독점하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카카오뱅크는 첫날 금융사 시가총액 1등을 차지하고, 2일째는 전체 상장 기업 시가총액 9위에 올랐다. 그런데 카카오뱅크는 특례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비금융기업이 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지 못하는 금산분리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때도 증권이나 보험업보다 느슨한 심사를 받는다.

시중 은행장들이 ‘국내 은행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질문에 ‘빅테크와 공정한 경쟁을 위한 규제차익 해소’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그런데 기술변화 속도가 빠르고 변수가 다양한 디지털 경제에 정부가 잘못 개입할 경우 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잘못된 규제는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고, 중복·과잉 규제는 혁신 의욕을 저해할 수 있으며, 규제의 칼날이 무디면 독과점 고착화로 오히려 혁신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빅테크 규제 논의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면 먼저 규제의 속도보다는 방향과 전략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미국은 ‘지배적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은 ‘자급자족 플랫폼’, 그리고 EU는 ‘플랫폼 공백’의 상황에서 플랫폼 규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규제의 지향점은 국가별로 상이하다.

국내는 글로벌 플랫폼보다는 로컬 플랫폼 사용 빈도가 훨씬 높은 특징이 있다. 해외 규제 논의의 발 빠른 수입보다는 국내 시장 특징과 로컬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 등을 고려한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경쟁법 적용 기준이 과거와 같이 시장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적 영향력으로 확대되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낮은 소비자 가격이 ‘약탈적 가격’ 전략은 아닌지, 서비스 영역의 확장이 ‘수직적 통합’에 의한 지배적 지위 구축이 아닌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끝으로 경쟁법 집행에 있어 부처 간 공조의 중요성이다. 현재 국내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각각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 입법을 추진하면서 규제 주도권을 놓고 영역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생태계의 전반적인 이해 속에서 부처 역할을 큰 틀에서 재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규제란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에 맞는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은 지속 성장동력 발굴과 끊임없는 혁신을 창조하는 자양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김용환 법무법인 세종 고문·농협금융지주 전 회장

bigroo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