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불순 관련 이미지. [123RF]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다음주부터 18~49세 일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일부 여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톡방,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접종 후 생리장애를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생리장애는 생리불순(불규칙적인 생리), 무월경, 생리통, 부정기 출혈, 하혈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백신과 생리장애와 인과성이 불확실하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헤럴드경제의 취재에 따르면 잔여백신 등을 통해 미리 접종받은 여성들 중 일부는 접종 후 생리불순이 생기는 생리장애를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미혼 여성인 취업준비생 A(24) 씨는 “7월 30일 잔여백신 신청을 통해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받았다”며 “백신 맞은 주에 생리가 있었고, 이후 예정보다 빨리 15일 만에 또 생리가 나타났다. (생리혈의)양이 평소보다 많지는 않아서 하혈인지 생리인지 몰라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리장애의 원인이 다양한 건 알고 있다”면서도 “평소 건강하고 이런 적이 없어, 백신 부작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역시 미혼 여성인 B(36) 씨도 13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뒤 예정일보다 일주일 넘게 생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평소 (생리주기가)2~3일 정도만 차이가 났다”며 “주위에서 생리불순을 겪었다는 여자들끼리 ‘하혈이냐, 생리냐’며 단톡방에서 묻는 상황이다. 미리 고지 받은 부작용이 아니라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얘기들이 나오면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데이터베이스(DB) 등을 꾸려 들여다봐 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 모습. 생리장애 등 여성질환에 대해 질의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 캡처]

생리장애 같은 여성질환의 경우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의 이상반응 신고 항목에 체크하는 항목이 없다. 질병청 이상반응관리팀 관계자는 “생리불순 이상반응 신고 건수는 별도로 산출하지 않아 알 수 없다”며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의 코로나19 안전성 자료 검토에서 생리장애에 대해 논의한 바는 있으나 (8월)11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생리장애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생리장애와 백신의 인과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미국의 두 여성학자가 공동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의 생리 주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두 연구자가 14만건의 케이스를 수집한 가운데 여성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결국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이 생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확인하기 위해 백신 안전 데이터링크 DB를 분석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화이자 2차 백신을 받은 뒤 생리불순을 겪었다는 40대 학원강사 C씨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여성들만 겪는 증상이다 보니 관심을 받기 쉽지 않다”며 “주변 학원 선생님들을 포함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증상을)겪는 것 같다. (사례)관리를 해야 다른 분들이 증상에 대한 대비가 가능할 거 같다”고 제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백신과 생리장애 간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이재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의학적으로 생리불순이 문제가 되는 건 3~6개월 정도 생리를 안 했을 경우”라며 “젊은 여성들이 백신 맞고 잘못 되면 (생리 등으로 인한)부정출혈이 아니라 혈전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여성들이 ‘맞고 나서 잘못되면 어떡하지’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만 있어도 생리불순은 금방 나타날 수 있다”며 “백신에 대한 주의사항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부작용에 대해 쓰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