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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수소연료 여객선 시대 연 일본

일본 혼슈(본섬) 서남단에 위치한 히로시마(廣島)시는 76년 전 8월 6일 인류 최초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이다. 일본 내해(內海) 중심지여서 19세기 말부터 각종 군수산업이 번성했다. 지금도 해안지역에 미쓰비시중공업, 마쓰다 등 조선과 자동차업체의 생산공장이 몰려 있다.

히로시마현에 본사를 둔 ‘쓰네이시 크래프트 & 퍼실리티스’가 최근 화제다. 쓰네이시조선 자회사로 일본의 첫 수소연료 여객선 ‘하이드로 빙고’를 지난달 선보였다. 무게 19t, 정원 82명짜리 소형 유람선이다. 배 명칭은 연료 ‘수소’와 지명 ‘빙고’에서 따왔다. 최고 속도는 시속 40km로, 비슷한 크기의 기존 선박에 밀리지 않는다.

1903년 해운업으로 출발한 쓰네이시조선은 1917년 목선 건조를 시작으로 조선업에 진출했다. 중량 8만2000t급 벌크선 ‘Kamsarmax’는 관련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다. 중국, 필리핀, 파라과이 등에 해외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쓰네이시 크래프트 & 퍼실리티스’는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환경친화적인 선박 개발에 나섰다. 최근 10년 새 전기모터배도 4척 건조한 실적이 있다. 전기모터배는 대형 배터리가 필요해 승객을 많이 못 태우고, 주행 속도가 느린 게 약점이다.

그 대안으로 주목한 게 수소연료다. 수소는 연소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궁극의 ‘클린에너지’로 불리지만 기술 적용이 어렵다. 선박용 수소연료 엔진은 아직 실용화하지 않았다. 이 업체는 수소와 경유를 함께 태우는 ‘혼합 연소’ 방식을 택했다. 부피가 큰 수소를 덜 저장해 탱크 면적을 줄이고, 승객 공간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수소 없이 경유만으로도 주행할 수 있어 수소 공급 인프라가 부족한 현재 상황에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쉽게 연소되는 수소의 성질을 고려해 탑재하는 탱크의 안전성 확보에 특히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탱크의 가스 누출 대처는 선박의 안전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교환이 용이한 위치에 탱크를 배치했고, 승객과 승무원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배의 최후방부에 설치했다. 가스 누출 발생 시 경고가 표시되고, 자동적으로 배가 정지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중 구조의 배관으로 만들어 누출된 가스가 선내에 머무르지 않게 했다.

수소연료 여객선이 대량 보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현지 업계의 시각이다. 중소 사업자가 많은 내항선업계 특성 때문에 탈탄소 트렌드에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람을 태우고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에 수소를 비롯한 새로운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을지는 정부 지원 정책과 조선업계 대응에 달려 있다.

조선사들이 수소연료 여객선 개발에 나선 것은 일본 정부의 탈탄소 방침 때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오는 2050년을 ‘탈탄소 사회’ 목표 연도로 잡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30년에 온실가 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46%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2020년대가 ‘신에너지 혁명’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탈탄소 시대를 맞아 글로벌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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