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 고양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코로나 전담 병동에서 한 간호사가 환자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주요 종합병원들이 잇달아 하반기 신규 간호사 채용을 실시하거나 실시 중인 가운데 최근 간호사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면접 기회 차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확진자 등과 접촉해 자가격리 중인 취업준비생에 대해 병원에 따라 면접 기회 제공 여부가 제각각이라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하반기에 전형이 진행 중인 한양대병원 등 대형 병원 일부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 대상자에 대한 면접 기회 부여 여부에 대한 방침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양대병원은 이달 내 서류 합격자 발표를 한 뒤 다음달 중순에 면접을 실시한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면접 대상자가 코로나19 확진자나 자가격리 대상자일 경우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해진 방침은 없다. 지난해 채용에서는 그런 케이스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확진되거나 자가격리 대상자일 경우 면접을 못 본다고 공고에 고지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발생하면 추후에 논의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필기시험을 진행하는 부산대병원의 경우도 아직까지 방침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고민을 해 보고는 있는데 확정적으로 답을 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간호사 취업준비생들에게 확진자와 자가격리 대상자의 면접 기회 부여 여부는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고 ‘빅5’라고 불리는 국내 5개 대형 상급종합병원 중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면접 전형을 진행하면서 면접 기회를 박탈했기 때문이다. 이들 병원 관계자는 “전형을 안내할 때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 대상자는 면접에서 제한될 수 있다고 사전에 설명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와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화상면접(ZOOM) 기회를 제공했다.

단톡방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면접 기회를 잃은 사연을 본 간호사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은 더해지고 있다. 충남 소재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 A(23) 씨는 “다른 지역으로 대면 실습도 저희는 나가고 있다. 안 그래도 감염될까 걱정되는데 자가격리자나 확진자에게 면접 기회를 안 주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학과 취준생 B(25) 씨는 “자가격리자나 확진자가 본인이 원해서 걸렸겠나. (간호 종사자들도)피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마스크를 썼어도 밀접접촉자가 될 수 있다. 학생을 뽑는 병원 측에서 양해를 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가격리 중인 간호학과 취준생 C(24) 씨는 “(확진자나 자가격리 대상자가)면접 못 본다는 소문 돌 때 ‘나는 상관없겠지. 걔네 불쌍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되니 당황스럽고 억울하다”며 “4년 간 한 병원을 위해 준비한 사람도 있을텐데 4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면 울고 죽고 싶은 심정일 거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면접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굉장히 부당하다고 본다.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 감염되거나 자자격리 대상자가 된 사람도 많다.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라며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존 의료진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인데 왜 학생들을 차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다음달 초 예고된 보건의료노조 파업도 코로나19 대응 인력의 부족이 원인인 만큼 가능하면 많은 취준생들에게 기회를 줘야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