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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매국드라마’ 프레임 지배한 ‘조선구마사’ 사태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5개월 지난 시점에서 가진 토론회
사극의 상상력 허용 범위는?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역사 드라마에서 작가와 연출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어디서부터 왜곡일가? 한국PD연합회와 한국방송작가협회가 지난 17일 ‘역사적 진실과 콘텐츠의 상상력’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3월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만에 방송이 중단된 SBS ‘조선구마사’가 이번 토론회를 연 계기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향후 ‘조선구마사’와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성찰할 기회라는 의미는 있다.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역사드라마, 상상과 왜곡사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조선구마사’에 대한 역사왜곡의 전제는 성립되지 않는다. 서두에 ‘본 드라마의 인물, 사건, 구체적인 시기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며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고지한다”면서 “역사왜곡은 사실(史實)이 아닌 것을 역사로 조작하거나 만들려는 시도다. 려말선초만을 ‘배경으로서 활용한 판타지드라마’로, 배경의 활용이 사실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구마사’에는 사실(史實) 자체가 없는 허구적 사건들이 나온다. 생시들, 악령과 조선 건국 사이의 관계 등은 명백한 허구다”면서 “태종, 양녕, 충녕이 등장해도 이들이 역사적 사실속에 위치되어 있지 않으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상상적 해석은 창작물에서 자유롭게 허용 가능하다. 만약 가상의 인물을 설정했다면 논란은 이렇게 크기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의주여각으로 논란은 있었을 것이지만. ‘조선구마사‘는 역사왜곡을 위한 동기와 목적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조선구마사’의 담론은 젠더, 세대담론과 마찬가지로 합리적 경합이 거의 없었다. 일단 동북공정을 위한 ‘매국 드라마’ 프레임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담론이 경합할 수 있는 시간도 갖지못한 채 일방적 지배담론화로 굳어졌다“면서 “다른 의견을 갖는 대중과 지식인이나 전문가집단의 책임회피나 침묵은 이슈 쏠림 담론의 지배를 더욱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주 교수는 “‘조선구마사’ 사건은 오히려 당대 대중정서가 ‘역사장르의 소비나 해석’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면서 “현재 대중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정서적 공감을 공유하는 ‘동일시의 경향’이 강하다. 역사장르와 관련해서 민족과 문화적 동일시로 표출되고있다. 이것은 거꾸로 배타적 정서, 감정민족주의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과 판매라는 시장의 압력이 직간접적으로 제작사의 의식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듯하다”면서 “역사장르는 문화적 할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것을 낮추기 위한 중국풍이나 서역의 구마사를 선택이 이번 사태의 원인일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선구마사' 사태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그동안 중국시장이나 중국자본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조심스럽지 못했던 상황들을 반성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가한 정현민 작가는 “창작자 입장을 대변한 의견이 없었는데, 주 교수 발제에 공감한다. ‘조선구마사’ 사례가 준거가 되면 창작자는 위축된다. 그럼에도 작가에게 성찰, 자성할 부분이 있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역사보다 재미를 우선한 부분이 있다. 시청자들의 고증 수준이 높다. ‘조선구마사’로 인해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했다.

정 작가는 “드라마는 허구다. 사극은 실제 같은 허구다. 모든 사극에는 역사왜곡이 따라붙는다. 캐리커쳐는 원판의 완벽한 왜곡이다. 왜곡보다는 거짓을 사실로 만드는 날조가 문제다”고 했다.

이어 정 작가는 “사실을 그대로 가져오면 뻔한 콘텐츠가 되므로 끊임없이 재해석된다”면서 “어떤 교수가 통사에 입각해서 쓰라, 퓨전사극을 하려면 역사적 인물을 등장시키지 말라고 했다”면서 “‘다빈치 코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상상하는 것이지, 디카프리오로 하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통사는 비틀고 상상을 해야 흥미를 끈다. 작가들은 이를 포기하지 못한다. 왜 충녕, 양녕만 이름을 바꾸지 않았냐고 했는데, 이를 빼면 조선건국 스토리가 아니지 않냐”는 것.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는 “사극 열풍은 있는데 성찰이 없다. 성찰과 이론적 빈곤이 ‘조선구마사’ 사태의 원인이다”면서 “사극은 꿈꾸는 역사다. 현실의 역사만 있는 게 아니라, 꿈꾸는 것도 역사다. 태종을 어떻게 불러올 수 있는가. 결국 꿈의 대화다. 사극제작자는 이를 찾아 소환하고 재현, 변형, 융합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버스 시대에 사극은 아직 아날로그 감옥에 갇혀있다. 이런 시대착오가 조선구마사의 폐지를 가져왔다. 대중 상상력이 민족주의 매트릭스에 갇혀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외국 사극은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구성했다고 고지하는데 우리는 반대다. 사실이 아닌 허구라고 밝힌다. 그런데 수용은 정반대로 한다. 그 이유중 하나가 역사의 무거움(진지함) 때문이다. 일제시대부터 역사를 민족정신(얼)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뽕, 민족주의 매트릭스에 빠져있으면 ‘한중일’에서 통하는 글로벌 사극을 못만든다”고 덧붙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역사 왜곡이라 하지만, 그건 워딩이고 중국과의 감정들이다”면서 “동북공정을 넘어 문화공정으로 넘어오니, 사극뿐만 아니라 현대극에서도 적용된다.컵밥이니 김치니 하는 것도 민감해졌다. 중국에서 PPL이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라 더욱 예민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공정이 나오는데 네티즌들이 싸우고, 정부는 아무 말도 안하고, 국민은 불안하다. 이런 감정이 ‘조선구마사’에 투사해 폭발한 것은 안타깝다“면서 “사극에서 얼마든지 퓨전을 할 수 있는데, 허구를 허구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대중과 소통도 해야 한다. 예컨대, 유튜브 등을 통해 따로 사극과 연관된 실제역사에 대해 알려주는 것 등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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