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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뛰는 월급에 나는 제세금, 기업과 근로자만 ‘봉’

최근 10년간 근로자의 임금과 실수령액 격차가 커졌다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분석은 ‘유리알 지갑의 비애’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월급이 올라봐야 크게 오른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떼고 나면 실제 주머니는 별로 두둑해지지도 않는다. 임금보다 근로소득세·사회보험료 등 임금에 부과되는 세금이 더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지난 2010년부터 10년간 고용노동부 300인 이상 기업의 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통계를 분석했다. 2010년에는 임금 449만원에 제세금 92만원(사회보험료 67만원, 근로소득세 25만원)을 제외한 수령액 357만원이다. 반면 2020년에는 임금 575만원, 제세금 140만원(사회보험료 98만원, 근로소득세 42만원),수령액 435만원이다. 그냥 단순 비교만으로도 차이는 확연하다.

임금은 10년간 28% 올랐고 제세금은 52% 상승했다. 거의 2배다. 그러니 실수령액 증가율은 22%에 불과하다. 근로자가 손에 쥐는 돈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2% 남짓 늘었을 뿐이다. 이 기간에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1.5%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부로 느끼는 소득 증가는 해마다 0.5%를 조금 넘는 수준이란 얘기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실은 몽땅 재정과 사회보험으로 들어갔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5.3%, 고용보험료는 7.2% 늘었다. 건강보험료는 5.0%, 국민연금은 2.4% 올랐다. 물론 재정으로 들어간 모든 돈은 결국 국민을 위해 쓰인다. 질병과 실직에 대한 사회안전망은 강화됐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근로자가 10년간 열심히 일해도 가처분소득 증가의 기쁨은 전혀 없이 물가 인상과 근로소득세 인상의 이중 부담만을 느낀다면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실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니 소비도 활성화될 리 없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근로소득세 과표 구간, 세율, 각종 공제제도 등을 물가에 연동시켜 자동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나마 그동안은 저금리·저물가 시대였다. 기업과 근로자들의 제세금에 대한 저항이 적었던 이유다. 분기마다 수조원의 세수 초과가 발생해도 재정이 튼튼해질 것이라며 안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이미 물가는 2% 이상의 고공 행진을 시작했고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바닥이 보이는 각종 사회보장기금의 잔고는 요율 인상을 예고한다. 여기에 재원대책 하나 없는 돈풀기 선거공약은 난무한다. 임금이 올라도 근로자의 실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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