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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이제 올림픽의 환상을 깨자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막을 내렸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서는 인류의 당당한 모습과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한 선수들이 준 감동은 여전히 생생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지갑에 남는 건 없다. 손익계산서는 처참하다.

애초 정상적인 올림픽을 기준으로 일본이 예상한 경제 효과는 32조엔(약 332조원)에 달했다. 올림픽 후 10년간 일본을 찾는 관광객까지 계산한 꿈같은 희망사항이었다. 하지만 대지진과 원전 참사에서 부흥하는 일본을 보여주겠다던 원래 목표는 고사하고 적자 올림픽으로 인한 막대한 부채만 떠안았다. 일본 스스로 예상하는 적자만 4조엔(약 41조원)이다.

2013년 올림픽 유치 당시 일본이 추산한 비용은 7300억엔 정도였다. 그런데 교통망과 시설 보완 등으로 그 이후 6년간 이미 1조엔 이상이 들어갔고 코로나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1조6000억엔이 추가로 늘어났다. 여기에다 한여름에 올림픽을 치르다 보니 더위대책 및 기존 시설 리노베이션 비용 등으로 약 7000억엔 이상이 또 들어갔다. 무관중으로 치러져 티켓 판매와 관광 등 부가 수익이 거의 없다. 결국 올림픽은 돈만 잡아먹는 하마였던 셈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그 수많은 신개축 경기장 중 적자 운용 걱정을 하지 않는 곳은 공연장으로 활용가능한 ‘아리아케아레나(체조·배구경기장)’뿐이다. 애초부터 달리 활용할 방안도 없이 개·폐회식과 올림픽 경기만을 위해 1500억엔(약 1조6000억 원)이나 들여 만든 메인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은 해마다 유지관리비만 24억엔(약 250억원)이 들어간다. 운영권을 민간에 매각한다지만 하나 마나 한 소리다. 수심 3m까지 조정 가능한 가동식 바닥을 갖춘 ‘도쿄 아쿠아틱스센터’ 역시 해마다 6억엔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1만5000개나 되는 관람석을 5000명 규모로 줄이는 개·보수작업도 남아 있다. 올림픽이 32회 치러지는 동안 재정파탄과 애물단지 경기장 사례가 숱한데도 악순환은 여전하다.

반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배는 두둑해졌다. 뉴욕타임스는 IOC가 도쿄올림픽 중계권 판매로 26억5625만달러(약 3조40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개최도시가 아무리 손해를 봐도 IOC는 언제나 돈을 버는 게 올림픽이다.

10년 전 2020 하계올림픽 유치전 경쟁 도시 중 하나가 부산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2018년 동계올림픽이 평창으로 결정(같은 나라에서 동계와 하계올림픽이 동시에 열릴 수는 없다)됐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부산올림픽도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올림픽으로 뭔가 해보겠다는 생각은 접는 게 낫다. 이미 유치경쟁이 예전 같지 않다. 2024년, 2028년 개최지는 프랑스 파리와 미국 LA가 한꺼번에 결정됐고 2032년 호주 브리즈번은 누구와 경쟁해서 이겼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우리는 서울올림픽으로 전후 발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으니 올림픽으로 얻을 만큼 얻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얼마나 다행인가. 도쿄올림픽으로 피멍이 들었을 텐데 일본은 2030년 삿포로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겠다고 한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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