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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부터 K-pop까지...수출 길 여는 ‘방문규 매직’[헤경이 만난 인물]
UAE에 50억 달러 수출금융 제공
수은 글로벌 신용·조달능력 총동원
금융지원 넘어 지속성장 기반 구축
K-뉴딜 해외로 전파…ESG 대전환
미래산업별 내부 전문가 조직 육성
“나무 뒤에 캔버스를 놓아 자연 속 모습을 드러낸 작품의 의미가 우리기업을 세계로 드러내는 수출입은행의 모습과 닮았다”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 영구 전시되고 있는 이명호 사진작가의 작품 ‘나무’ 앞에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대담=홍길용 금융부장, 정리=성연진·김성훈 기자] ‘생각을 바꾸니, 전략이 통했다’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 행장은 6월 말 취임 1년8개월만에 첫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코로나19 유전자증폭검사(PCR)를 8번이나 받으며 나간 순방길엔, 오랜 기다림만큼 성과도 얻어왔다. 아랍에미리트(UAE) 거대 국영기업인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와 50억 달러 규모의 수출금융 계약을 체결했다. 개별 프로젝트에서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버리고, 발주처에 직접 금융을 공급하는 계약이다. 이번 계약으로 ADNOC은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공사를 맡은 우리 기업은 대금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해외 공사 수주가 전반적으로 내리막이에요. 메이저 발주자들이 석유 값이 하향 안정되면서 공사를 줄이고 있어서죠. 석유 값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만약 발주자한테 돈을 주고 ‘필요한 금융을 제공할 테니 한국 기업에 일 주시라. 한도 열어놓고 비용으로 쓰셔라’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로 접근해 봤습니다"

수출 전략의 길을 새롭게 개척한 방 행장의 이 절묘한 전략은, 기획재정부·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부 등을 두루 거친 정통 경제관료였기에 가능했다. 그는 중동 수주 시장의 금융환경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수출금융 협약을 맺은 아부다비 석유공사는 피치 기준신용등급 AA로 한국(AA-)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금융 기관이라 채권 발행 조달 비용이 적죠. 때문에 국책은행인 수은과 30~40bp(1%=100bp) 정도 금리차가 발생했어요. 우리 돈을 쓸 이유가 생긴거죠”

UAE 외에도 비슷한 형태의 계약이 추진되고 있다는 게 방 행장의 귀띔했다. 50억 달러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지난 출장길에는 요르단도 들렸다. 요르단 주택무역은행과 전대금융계약 1조3000만 달러를 체결했는데, 이라크 재건 사업 수주에 지원된다. 중동 최초의 크레디트 사업이기도 하다. 이 역시 우리 기업들의 수출 텃밭을 닦는 전략이다.

“동남아나 남미에는 있는 전대금융이 중동에는 없더군요. 건설 위주로 사업을 해서겠죠. 요르단은 석유는 나지 않지만 상업이 아주 발달한 곳이에요. 현대자동차가 점유율 1위일 정도로, 우리 기업에 중요한 시장이죠. 이란, 이라크 등 직접 진출이 어려운 지역으로 가는 교두보이기도 하구요. 요르단을 거점으로 해당 지역에 진출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수은은 지난해 영국 기관으로부터 전세계 470여개 금융기관 중 코로나19 대응을 잘한 공로를 인정받아 평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해묵 기자

수출 경로를 확보하는 노력 만큼이나 중요해진 것이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적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산업 이슈가 친환경으로 옮겨가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전략도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다. 방 행장은 이에 대해 이미 큰 그림을 그렸다.

수은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수출한다(we export sustainable growth)’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ESG 관련 여신을 올해 14조로 공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10년간 평균 18조로 높이기로 했다. 자본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 규모는 20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기관 탄소 배출량도 50% 줄이는 안을 추진중이다.

“7월 1일 45번째 창립기념일에 ESG 경영을 선언하고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어요. 그렇다고 이미 금융을 제공 중인 발전소를 부술 순 없죠. 탄소배출 분야에 새롭게 금융을 제공하지는 않겠지만, 기존에 진행하던 건은 그대로 유지를 하려 합니다. 현재 석탄과 연계된 자산이 3조3000억원인데, 통상 회수기간이 20년 정도이니 2040년 께에는 완전한 탈석탄화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제조업 위주로 짜여졌던 수출 포트폴리오가 미래차, 헬스케어, K-POP 등으로 바뀌어 가는 데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수은의 인력과 조직에 획기적인 변화를 줬다. 방 행장은 조직 개편을 단행해 올 1월1일자로 산업별 조직으로 이름부터 바꿨다. 이름 바꾼 게 뭐 그리 대수일까 싶지만, 상당한 함의가 있다.

“수출금융은 수은이 가장 전문성 있지만,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지식은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동안 금융1부, 2부,3부 등이던 부서명칭을 정보통신금융부, 모빌리티금융부, 바이오서비스금융부 등으로 바꿨어요. 팀도 숫자가 아니라 반도체팀 등으로 이름을 분명히 했죠. 전문성을 가지라는 취지입니다. 수은 직원은 금융권에서도 가장 우수한 직원이지만, 금융1팀장의 학습량과 반도체팀장의 학습량은 다를 수 밖에 없어요. 해당 분야에 관련해 ‘모든 학습을 다 하고 책임도 지라’고 명확하게 일깨워주고 싶었습니다”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방 행장의 노력에는 또다른 의미도 있다. 수은이 수출기업 지원 과정에서 알게 된 애로사항들을 정리해 정부에 전달,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란 게 그의 철학이다.

지난해 영국 금융전문지 TXF에서 전세계 470개 금융기관과 수출입 담당기업에게 조사한 결과 수은은 평가 1위를 받았다. ‘코로나 대유행에도 아주 적극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많은 기업을 지원했다’는 게 선정 이유였다.

수은은 올해 수출 규모를 6100억 달러로 예상했다. 지난해 5200억 달러 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예상치를 너무 높게 잡은 듯도 하지만, 이미 상반기 수출이 3000억 달러를 넘었다. 매분기 1550억 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6100억 달러는 이제 달성 가능한 수치가 됐다.

“연초 생각하면 기적 같은 결과죠. 코로나에서 이런 놀랄 만한 회복력 보일 수 있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정말 탄탄한 기초체력을 가졌다는 반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DNA에는 위기가 오면 평소 발휘하지 않았던 추진력까지 발휘해서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네요”

한편 수은 내부적으로도 올해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기업 지분을 현물 출자 받으면서 지난 5년간 공공기관 평가에서 제한을 받았다.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방 행장은 내년부터는 임직원들이 열심히 한 만큼 성과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yjsung@heraldcorp.com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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