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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부는 승부, 우정은 우정…한국, 터키에 아름다운 손길 ‘훈훈’
한국 대표팀 주장 김연경과 터키 대표팀 주장 에다 에르뎀이 과거 터키서 활약하던 시절 함께 찍은 사진. [에르뎀 SNS]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코트 위에선 양보없는 냉정한 승부를 펼쳤지만, 코트 밖에선 따뜻한 위로가 넘쳤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서 만난 한국과 터키가 ‘형제의 나라’ 답게 훈훈한 교류를 이어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 4일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서 세계랭킹 4위 강호 터키를 3-2로 꺾고 9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환호하는 한국 선수들과 망연자실한 터키 선수들의 표정은 극과 극 대비를 이뤘다. 터키 선수들은 모두 코트에 앉아 굵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일부 선수는 5세트 경기 중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안타까운 사연은 뒤늦게 알려졌다. 터키 선수들은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산불로 힘들어하는 국민을 위해 도쿄올림픽에서 기쁜 소식을 전해주겠다고 다짐했지만, 한국에 패해 메달 도전에 실패하며 눈물을 참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터키 남부 안탈리아 주에서 시작된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탓에 인근 지역으로 계속 번지며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터키 대표팀 주장 에다 에르뎀은 “한국 대표팀은 준결승에 오를 만한 자격이 된다”며 축하의 말을 잊지 않았다.

팀코리아와 김연경 이름으로 터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묘목 기부증서.

배구팬들은 김연경이 수년간 몸담고 활약했던 터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5일 트위터 등 인터넷 공간에서는 산불로 큰 피해를 본 터키에 ‘김연경’ 또는 ‘팀코리아’ 이름으로 묘목을 기부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해시태그(#) ‘prayforturkey’를 달아 터키를 응원하고 기부를 인증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

SNS에는 “형제의 나라 터키, 선수들 우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도움이 되고 싶다” “5세트부터 그렇게 울었던 이유가 있었구나. 10그루 기부 완료!” “연경선수의 백넘버 수만큼 나무를 보낸다. 터키의 불길이 얼른 잡히기를” 등 기부 인증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선수단도 이날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있는 터키 선수단 사무실을 방문해 위로를 건넸다.

장인화 선수단장은 메흐메트 바이칸 터키 선수단장과 만나 터키 배구 선수들이 산불로 어려움을 겪는 자국민들에게 승전보를 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 터키 선수들이 코트에서 보인 열정과 투지, 경기 후 두 나라 선수들이 우정을 나누는 장면에 감동해 터키 선수단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장 단장은 “스포츠가 단순한 운동경기가 아니라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게 해주는 큰 힘이 될 수 있고, 이것이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스포츠와 더불어 여러 분야에서 대한민국과 터키 양국 간의 교류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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