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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설나온 장애인, 간섭받지 않는 삶에 만족…정부 계획 보완 필요”[촉!]
100명 넘는 대규모 시설서 나와서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는 유진화 씨
‘말 듣지않는다’는 이유로 매도 맞고
10명 넘게 한 방 쓰고 옷 돌려 입어
정부 “2041년까지 시설 거주 장애인 60%에 공동형 주택 지원”
장애계 “정부 계획, 40년이나 소요”
”UN 장애인권리협약과도 안 맞아”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및 장애인 권리보장법 제정 추진’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발달장애인 유진화(24) 씨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나와 산 지도 올해로 6년째다. 유씨는 두 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00명 넘게 함께 거주하는 시설에서 자랐다.

시설에서 나오려 했던 이유, 나와서 가장 좋은 점에 대해 유씨는 “간섭이 없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군것질을 하러 편의점에 가는 것조차 허락을 받아야 했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를 맞기도 했다. 10명 넘게 한 방을 썼던 시설에서는 ‘자기만의 방’은커녕 옷조차 돌려 입어야 했다고 한다.

유씨가 자라온 시설에서 나와 자립을 시작할 때에는 막막한 마음에 한때 우울증 증상으로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유씨는 이제 일도 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되면서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됐다.

유씨는 이제 발달장애인 권익을 보호하는 시민단체에서 장애 당사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끝나면 프랜차이즈 한식 뷔페에서 일하면서 요리를 배운 뒤 돈을 더 벌고 싶다”는 것이 유씨의 꿈이다.

유씨처럼 단체생활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꾸려 가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탈시설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장애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씨 역시 정부의 공동형 주거지원을 받고 있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시설을 나온 장애인들이 간섭 없는 삶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며 “빠른 시일 내에 장애인들의 주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양천구의 프리웰지원주택센터에서 만난 유진화 씨가 시설을 나온 후의 생활을 설명하고 있다. 주소현 기자

이 같은 요구에 따라 최근 보건복지부가 심의·확정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보면 정부는 3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2025년부터 매년 장애인 약 740명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한다. 이후 2041년까지 장애인들의 지역사회로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탈시설 로드맵은 장애인들이 10년 넘게 요구해 온 정책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정부에서 탈시설을 목표로 한 시기가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약 20년 후에 마무리가 되는 것인데,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평균 거주 기간이 18.9년(2020년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너무 긴 시간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2020년 기준으로 총 1539개 시설에서 2만9000여 명의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탈시설 로드맵이 발표된 다음날인 성명을 내고 “2025년부터 매년 740명을 지역사회 거주로 전환한다는 것은 현재 3만명 가까이 되는 시설 거주인들이 모두 지역사회로 돌아간다는 것을 감안할 때 족히 40년은 걸리는 매우 느린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존의 시설 규모를 줄이는 데 그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2041년까지 하나의 아파트에 장애인 3~4명과 배치된 전담 직원이 함께 사는 형태의 ‘공동형 주거지원’으로 시설 거주 장애인의 60% 가량 옮겨 갈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 당사자가 개별 분양·임차 계약 등을 통해 당사자의 선택과 주거결정권이 보장받도록 하는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변재원 전장연 정책국장은 “탈시설 요구는 장애 당사자가 자기 삶에 주체성 갖자는 것”이라며 “정부 계획은 공동형 주거지원 비율이 높아 정부 슬로건인 ‘완전한 지역사회로 통합’에 가깝지 않다”고 비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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