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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대박’ 삼계탕과 물가

지난 2013년 늦여름 덴마크 친구 부부가 한국에 왔다. 앞서 우리 가족이 세계여행을 하던 도중 방문했던 덴마크 교육기관의 교사 부부였다. 남편이 서울에 있는 한 국제기구에 취업이 되어 한국을 찾은 것이어서, 점심 식사를 함께하고 서울을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어느 식당으로 갈까 고민하다 서울 광화문 근처의 삼계탕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 선택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그들 부부는 한국의 전통 삼계탕에 대만족이었다. 찹쌀·마늘에 인삼 등 약재를 넣어 푹 고아 만든 삼계탕의 맛도 맛이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시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은 ‘보통’이 8000원, ‘특’이 1만2000원이었다. 미 달러화 기준으로 10달러 안팎에 이토록 푸짐한 치킨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물과 반찬은 무한리필이었다.

이후 서울 강북에 거처를 마련한 그들은 삼계탕의 첫맛과 가성비를 잊을 수 없어 기력 보충이 필요할 때마다 그 식당을 찾았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이후 그들 부부와 서울 마포의 숯불갈비 식당도 찾아 소주-맥주로 폭탄주를 만들어 함께 마시곤 했는데 거기서도 그들은 갈비의 맛과 이국적 분위기, 상상할 수 없는 가성비에 크게 만족했다.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은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모든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3~4배는 비싸다. 그들의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지만 물가가 더 높으면 소용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 덴마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만1326달러로 당시 한국(2만7180달러)의 2.3배였다. 하지만 구매력 기준(PPP)으로는 덴마크가 4만6829달러로, 한국(3만4244)의 1.7배에 머물렀다. 소득에 비해 우리나라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덴마크 친구 부부의 만족도가 배가됐던 셈이다.

최근 식탁물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폭염으로 과일·채소류 물가가 급등하고,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전체 소비자물가는 4월 이후 2%대를 지속하면서 2012년 이후 9년 만에 최고 수준이지만, 체감물가는 이보다 훨씬 높다.

정부는 이를 일시적 현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불안 요인이 도처에 있다. 지난해 한때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배럴당 70달러대를 넘어 당분간 고공행진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와 글로벌 수요 증가 등으로 곡물과 광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임대료가 급등하고, 인건비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역대 최저 금리와 재난지원금 등 대규모 재정지출로 시중 유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하지만, 어느 정도 진정될 경우 소비 폭발로 인한 물가 재앙등 개연성이 매우 높다.

경제가 성장해도 물가가 오르면 경제적 만족도는 더 낮아질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고, 구매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8년 전 덴마크 친구와 함께 먹었던 삼계탕 ‘보통’ 가격은 지금 1만6000원이다.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 재앙을 막을 실효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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