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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우리 갯벌, 세계자연유산에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은 미국과 캐나다 동해안, 유럽 북해 연안, 남아메리카 아마존강 하구에 발달한 갯벌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힌다. 바닷물이 빠지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스라이 펼쳐진 갯벌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갯벌이란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말하며, ‘벌’은 넓고 평평한 땅을 말한다. 두 말을 합해서 하나의 낱말을 만들 때 쓰는 사이시옷이 개와 벌 사이에 들어가 갯벌이 만들어졌다. 갯벌은 밀물 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 공기 중에 드러나는 넓은 땅을 가리킨다.

갯벌은 아무 데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여러 가지 지리적인 조건이 맞아야 만들어진다. 갯벌은 강 하구나 바닷물 교환이 비교적 적은 만 가운데 경사가 완만하고 조석간만 차이가 큰 조간대에 발달한다. 이런 곳에는 강물에 운반된 많은 양의 진흙이나 모래가 쌓이고, 조류나 파도가 약해 먼바다로 쓸려나가지 않아서다.

질척질척한 갯벌은 쓸모없어 버려진 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갯벌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 갯벌은 버려진 땅이 아니다. 뭇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그야말로 생명력이 넘치는 곳이다. 최근 갯벌에 대한 활발한 연구결과로 갯벌의 생태적·경제적 가치에 대해 새로운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서울대 김종성 교수팀은 우리나라 갯벌이 연간 승용차 11만대가 내뿜는 양과 맞먹는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갯벌은 생물다양성의 보물창고이자, 우리의 식량창고다. 갯벌에 사는 생물 가운데는 신약물질 개발에 이용되는 것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로부터 방패막이가 돼준다. 해일이 밀려오더라도 갯벌은 완충지대로 방파제 역할을 한다. 또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에어컨이자 가습기라 기후 조절에 큰 몫을 한다. 물속의 오염물질을 제거해 수질을 깨끗이 해주는 정수기이며, 우리 몸으로 치면 콩팥 기능도 한다. 그래서 갯벌을 ‘지구의 콩팥’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갯벌이 며칠 전인 26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그리고 두 개의 성격을 모두 갖는 복합유산 등 3가지가 있다. 우리나라의 세계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등재된 갯벌은 이제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값진 유산이 됐다. 우리나라는 충남 서천 갯벌, 전북 고창 갯벌, 전남 신안 갯벌, 전남 보성과 순천 갯벌 등 4곳을 신청했다. 세계자연유산 자문심사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인천의 송도 갯벌, 장봉도 갯벌, 강화 갯벌 등 핵심적인 갯벌을 포함하지 않았다며 신청 반려를 권고했기에 결정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쾌거였다.

인류가 미래 세대를 위해 아름다운 자연유산을 물려주는 것은 필요하다. 우리는 자연을 빌려 쓰고 있는 것이지,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다. 깨끗이 쓰고 후대에게 돌려줘야 한다. 우리 대에서 함부로 사용하고, 엉망진창으로 훼손된 자연환경을 떠넘길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환영한다. 갯벌이 자연유산으로 등재돼 보전과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관리비용 지원 등의 혜택도 있다. 그러나 추가 신청 예정인 일부 갯벌에서는 경제활동을 하는 어민과 상이한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갯벌을 이용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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