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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도 찔러버렸다…여자 에페 ‘원팀의 기적’ [피플앤데이터]
3월 국제대회 귀국 후 선수 3명 확진
선수들 똘똘 뭉쳐 최강의 팀워크 만들며
강영미·최인정·송세라·이혜인 ‘값진 은메달’

“괜찮아, 잘했어!” “파이팅” “(실점은) 신경쓰지마!”

2020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결승이 열린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경기장. 피스트 위에 올라 분투하는 선수를 향한 동료들의 응원이 끊이지 않았다. 아쉬운 패배가 확정된 순간, 이들은 일제히 피스트로 뛰어 올라가 눈물을 흘리는 동료를 다독였다. 그리고 이내 자신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원팀의 기적’을 자축하며 기뻐했다.

최인정(계룡시청), 강영미(광주광역시 서구청), 송세라(부산광역시청), 이혜인(강원도청)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에페 대표팀이 27일 도쿄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에스토니아에 32-36으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김정환의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에 이어 펜싱 두 번째 메달이다. 여자 에페가 올림픽 메달을 딴 건 2012 런던 대회에 이어 9년 만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이뤄낸 값진 메달이다. 여자 에페 대표팀은 지난해 3월 헝가리 국제그랑프리대회 출전했다가 귀국 후 선수 3명이 확진됐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당시만 해도 확진자에게 따가운 비난이 쏟아지고 동선이 낱낱이 공개되던 때였다.

해외 언론에까지 이 사실이 보도되자 선수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강영미는 “양성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울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정효정은 대표팀에서 은퇴했고 송세라가 그 자리를 채우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승전 후 경기를 마친 최인정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피스트에 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상처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선수들이 이를 계기로 더욱 똘똘 뭉쳐 최강의 팀워크를 만들어냈다. 결국 세계 1위인 ‘숙적’ 중국을 준결승에서 완파하고 한국 선수단 최초의 ‘코로나 극복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선수들은 “도쿄에서 월계관을 쓰자”며 맞춘 월계관 모양의 반지를 시상대에서 자랑스럽게 들어보이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메달을 위해 은퇴와 출산까지 미룬 강영미는 “신체조건의 열세 등을 이겨내고 이렇게 성적을 냈다는 것에 팀원들과 저 스스로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기뻐했고, 세계랭킹 2위인 대표팀 기둥 최인정은 “중국을 이긴 순간이 가장 기뻤다. 언니와 동생들이 잘 뛰어 줘서 메달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다크호스로서의 역할을 100% 발휘한 송세라는 “언니들의 경기 내용,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고, 막내 이혜인은 “언니들을 보며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느꼈다”며 다음 올림픽을 기약했다.

조범자 기자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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