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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四色] 주먹도끼, 콘티키호, BTS

1978년 임진·한탄강 세계지질공원에서 구석기 전기에 쓰이던 ‘주먹도끼’가 발견되기 전 까지 동양인은 생래적으로 서양인보다 저급하다는 ‘모비우스 이론’이 지배한다.

지혜로운 가공도구 주먹도끼가 없는 아시아는 수준 낮은 기술의 ‘찍개’만 썼으니, 주먹도끼를 쓴 유럽에 비해 문화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열등하다는 1940년대 주장이다. 이미 총포를 앞세운 서양의 동아시아 식민지화가 수백년 진행된 터라, ‘모비우스 이론’은 이런 지배가 당연하다는 논리를 강화시켰다.

그러나 최소 50만년 전 한국 땅에 살던 인류는 ‘돌 한쪽만 때리지 말고 한쪽에 힘을 덜 줘 쳐낸 뒤 반대편을 톡톡 때려 깎고, 여러 군데 고르기를 하면 더 날카롭고 쓰임새가 많아진다. 떨어져 나간 돌조각으로 식칼 같은 가로날도끼도 만든다’는 제조법에 따라 주먹도끼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실물 발굴로 확인된다.

한국도 흥분했지만 중국·일본 학자들도 환호했다. 서양의 우월감과 식민지배 논리 ‘오리엔탈리즘’을 깨부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미개한 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을 지향하다는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추구하던 때였다.

연천 주먹도끼와 비슷한 때 쓰이던 외날찍개 50여점이 발견된 아래쪽 지층, 즉 더 오래된 흔적에선 북아프리카에만 있던 공동작업 공간 ‘스톤 서클’(70만년 전)까지 확인된다. 이후 주먹도끼는 중국에서도 발굴돼 모비우스의 학설은 폐기됐다.

태평양 횡단 능력은 서양이 우월감을 갖던 또 하나의 근거였다. 15~16세기 대항해 시대에 그 어려운 일을 자신들이 최초로 해냈고, 아메리카에 도착해 “신대륙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상식의 관점에서 ‘되받아쓰기’한다면, 아메리카는 잉카·아즈텍·아메리칸 인디언 문명을 일군 수억명이 수만년 대대로 살아오던 구대륙이다. 따라서 ‘신대륙 발견’ 운운은 거짓이다. 교과서에서 이런 인종차별적 표현을 빼야 한다. 총 든 이방인들은 ‘타자화’ 전략에 따라 찬란한 문명을 일군 토착민을 ‘미개인’으로 둔갑시킨 뒤 유혈 정복을 한다.

1947년 노르웨이 인류학자 헤위에르달은 남미와 동남아 및 폴리네시아 주민 중 상당수가 같은 민족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이들이 5~6세기 태평양을 횡단할 때 쓰던 배의 설계도를 찾아낸다. 그해 4월 28일 설계도 대로 벽오동 계통의 발사나무와 대나무로 갑판·선실 등을 꾸민 배 ‘콘티키’호가 태평양 횡단을 위해 페루를 출항했다.

콘티키는 두 대륙 같은 민족이 섬기던 태양신 이름이다. 위험천만한 이 실험은 그해 8월 7일 콘티키호가 폴리네시아에 안착하면서 성공했고, 조선기술과 항해술에서 동양인들이 더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못하지는 않다는 점을 입증했다.

한국의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사상 초유의 ‘핫100’ 차트 1위 ‘셀프 바통터치’를 거듭하고 있다. 동양인 스타에게 서양과 동양의 팬들이 일제히 열광하면서, 라디오 플레이·스트리밍 밀어주기 등 홈그라운드 이점을 다방면에서 살리고 있는 미국 등 영어권 가수들의 도전을 저지한 결과다.

세 번째 유엔본부 등단을 앞둔 BTS는 동·서양이 편견 없이 평화롭게 공생하는 길을 열고, 오리엔탈리즘 종식의 화룡점정을 찍었다는 점에서 문화인류사 측면으로도 높이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올림픽에선 최상위권 자리를 놓고 동·서양 대표 국가들이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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