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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산에서 얻은 장애, 희망으로 갚으려 한 ‘참 산악인’ 김홍빈

러시아 등반대 ‘데스존 프리라이드(DZF)’의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장애인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조난 이후 상황은 크나큰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던진다. 불의의 사고가 2번이나 겹쳤지만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고 의연함을 보였다. 동반 산악인들의 관심과 희생이 조금만 더 주어졌더라면 충분히 귀환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은 더 크다.

DZF의 라조, 안톤 푸고프킨 등 러시아 등반대원들이 밝힌 내용을 보면 김 대장은 애초 크레바스(빙하 틈)에 떨어진 게 아니라 러시아 여성산악인 루노바가 실족해 매달려 있던 로프를 정상 루트로 착각해 따라 내려가다 첫 번째 조난을 당했다. 루바노는 곧 구조돼 귀환했지만 가까운 곳에 있던 김 대장은 10시간 가까이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위성전화로 교신하며 추위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동반했던 포터 리틀 후세인이 김 대장을 구조하기 위해 적어도 15명의 다른 산악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모두 무관심한 채 제 살길 찾기에만 바빴다.

리틀 후세인의 절규를 무전으로 알게 된 DZF의 라조 등이 루노바를 캠프에 데려다주고 급히 김 대장 구조에 나섰고 김 대장을 만났을 때 그는 충분히 귀환 가능한 상태였다. 김 대장은 두 발로 굳건히 서 있었고 정신도 멀쩡했다. 라조가 부축하겠다는데도 스스로 올라가겠다고 할 정도였다. 1차 구조 당시 찍은 셀카 사진에도 김 대장은 생생했다. 하지만 그때 등강기가 떨어져 그의 얼굴을 강타하고 그는 벼랑으로 굴러떨어져 버렸다.

초인적인 의지를 가진 김 대장이지만 조난기간과 환경으로 보아 생존할 가능성은 작다. 그가 지녔던 위성전화의 신호도 확인됐지만 생존과 연결시키기엔 무리다. 파키스탄 구조대 헬기 수색도 진행됐지만 실종된 김 대장의 흔적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김 대장의 부인 등 가족들과 사고수습대책위도 수색을 잠정 중단하고 장례 절차에 들어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김 대장의 투혼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북미 최고봉인 디날리 등반 중 동상으로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그 몸으로도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정복했다. 장애인으로 세계 최초임은 물론이고 정상인들도 전 세계 30여명밖에 못해낸 일을 주먹손으로 해냈다.

그는 이번 등반을 마지막으로 앞으로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도전정신을 전파하겠다고 지인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베이스캠프는 그가 남긴 사단법인 ‘김홍빈과 희망만들기’다. 그의 정신이 희망만들기 원정대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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