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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험해보지 못한 주택시장 대혼란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규제 간 모순, 편가르기 역대 가장 심각”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대출·세금에 대한 규제 정책 모순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반올림 논란을 빚은 ‘종부세 2%’ 개정법 논의가 8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여당이 당론으로 밀어붙이던 1세대 1주택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를 위한 양도세 개정안 발의도 연기했다. 재논의는 반가운 일이나, 법개정 보류나 연기로 정부의 행정 절차 진행 차질과 세금과 관련된 국민 혼란과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도 문제다. 정부는 2019년 12·16대책에서 시세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중도금대출도 2017년 8·2대책으로 분양가 9억원 이상이면 받을 수 없다. 집값 상승으로 잔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사람이 생겨났고 당장 잔금 마련이 어려워 입주를 포기해야 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정책과 주택마련을 위한 자금조달정책이 충돌하면서 만들어 낸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늘 변하는 시세를 기준으로 대출규제 여부를 결정할 때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얼마 전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도시재생사업 해제기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데자뷰다. 불과 몇 년 전에는 뉴타운(정비사업) 해제기준을 만들고 그 자리를 도시재생으로 채웠다. 5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뉴타운을 해제하고 도시재생으로, 도시재생을 해제하고 다시 정비사업으로 왔다갔다하는 사이에 주거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주민들 사이 갈등은 더 첨예해졌다. 주민의 삶의 질은 더 형편없어졌다. 수많은 세금만 낭비한 꼴이다.

도시재생이 필요한 지역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도시재생을 해야 한다. 정비사업이 가능한 지역은 민간이 정비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만 만들어 주면 된다.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다.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편 가르기를 하면 안 된다. 정의를 상실하면 사회는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상식이다. 국가를 위해 판단하면 개혁이 되지만 정권을 위해 판단하면 개악이 된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빌어 주택시장을 들여다보면, 주택시장은 철저하게 갈라져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민간임대와 공공임대, 등록임대와 미등록임대, 임대와 분양, 3040과 5060, 청년·신혼부부와 중장년, 일반기업과 사회적기업, 공공과 민간, 자가와 차가, 1인가구와 다인가구,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증세대상과 감세대상, 정비사업과 도시재생, 집짓기와 스마트홈(시티)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조각나 있다.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져 소통과 합의가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정권의 정치적 프레임에 갇힌 폐쇄적인 의사결정으로 임대차법과 같은 개악도 초래했다. 현재 주택시장은 상식을 크게 벗어나,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을 연출하는 대혼란 속에 있다.

주택정책은 사람 사는 공간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기에 사회 상식에 기반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화려할 필요는 없다. 단기적인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정책 효과는 아주 서서히 메마른 땅에 물이 스며들듯 나타난다. 선동하려고 하는 튀어보고 싶은 과욕을 버리자. 주택시장을 둘러싼 문제가 무엇인지 기본에서부터 상식에서부터 출발해볼 것을 제안한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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