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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120시간’ 발언에 범여권 “아우슈비츠냐” 맹폭 [정치쫌!]
윤석열, 주 120시간 근무 가능케 해야 주장에
이낙연 “현실을 제대로 보고 생각 다듬으라”
김영배 ‘아우슈비츠가 98시간 노동. 실화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전 대구 달서구 2.28 민주의거 기념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주120시간 발언’에 대해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으신 분들에 의한 왜곡”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당 120시간 근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에서 ‘아우슈비츠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한해에 300명 이상이 과로사로 사망하는 한국의 현실을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 전 총장은 관련 발언을 하면서 게임 개발사를 방문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나서서 ‘대량 과로사의 길을 여는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씨의 현실인식’이라는 글에서 “윤석열 씨는 말씀을 하기 전에 현실을 제대로 보고 생각을 다듬어 주시길 바란다. 윤석열 씨가 주 120시간 근무 허용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주일 내내 잠도 없이 5일을 꼬박 일해야 120시간이 된다”며 “아침 7시부터 일만 하다가, 밤 12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7일 내내 계속한다 해도 119시간이다.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윤석열 씨는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어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오래 일한다.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 이하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래도 아직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세계 평균보다 연간 300시간이나 더 일한다”며 “우리 정부가 도입한 주 52시간제는 노동자의 희생과 장시간 노동으로 경제를 지탱하는 방식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다짐이다. 청계천에서 쓰러져간 여공들, 이에 절규하던 청년 전태일의 뜻을 문재인 정부가 이어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도 ‘120시간 일할 수 있게 하자’는 윤 전 검찰총장에 대해 “이렇게 일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 가능하더라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쉬고 주5일 일하면 매일 24시간을, 하루 쉬고 주6일 일하면 매일 20시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주7일을 일하면 매일 17시간을 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노동을 바라보는 윤 후보의 퇴행적인 인식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타임머신을 타고 쌍팔년도에서 오셨냐”고 비꼬았고, 김영배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영국 산업혁명 시기 노동시간이 주 90시간,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주 98시간 노동”이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120시간 노동을 말하는 분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진짜 대한민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요즘 말로 이거 실화냐?”고 말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국정농단 때 보여주었던 재벌에게 단호했던 모습은 검찰의 힘자랑이었을 뿐이었다”며 “대권가도에 올랐으니 재벌들 저승사자가 아니라 보디가드로 전업하겠다는 공개 선언”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전태일 열사의 시대에도 120시간 노동을 정치인이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참으로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분이 칼잡이 솜씨로 부패 잡는 게 아니라, 이제는 사람 잡는 대통령이 되시려는 것 같다”며 “주 5일 동안 하루 24시간씩, 120시간 일하면 사람 죽는다.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 되물었다.

조국 법무부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스북에 “대량 과로사의 ‘지평선’을 여는 제안”이라며 “120시간÷5(주 5일 근무제)=하루 24시간 노동”이라고 썼다.

윤 전 총장은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을 묻는 질문에 “실패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 52시간 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주당 120시간 근무를 가능케 해야 한다는 말은 근무 시간을 업무량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탄력근무제’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문제가 커지자 윤 전 총장은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반대쪽에 있는 분들이 마치 제가 ‘120시간씩 일하라고 했다’는 식으로 왜곡하는 모양”이라면서 “근로자에게 주 120시간 동안 일을 시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로자 스스로 유리한 근로조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주52시간을 월이나 분기, 6개월 단위로 (조정)해서 일을 하더라도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거나 노사 간의 합의에 의해서 변형할 수 있는 예외를 두면 좋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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