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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부자감세와 재정 비효율 야기

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정한다며 정치권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서로 대립되는 모습도 보인다. 올해 초에 예상보다 많이 징수된 초과 세수 43조6000억원 중 33조원을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한다며 여당은 전 국민에게, 정부는 80%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한다. 야당은 어려운 피해자 중심으로 선별 지급을 내세운다.

올해 상반기 초과 세수의 발생 원인은 코로나19 시국이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보수적으로 추계했기 때문이다. 43조6000억원 중 11조원은 지난해에 코로나로 인해 납부기간 연장 등을 해준 것이므로 순수한 세수 증가로 보기 어렵다. 그 외 부동산정책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거래가 급증함에 따른 양도소득세 5조9000억원, 주식시장 활황으로 인한 증권거래세 2조2000억원이 더 늘었다. 반도체업체 등의 호황으로 법인세 11조8000억원과 부가가치세 4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세수진도율이 이미 57.2%이라는 점에서 하반기에는 초과 세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상반기 발생한 초과 세수분의 대부분을 재난지원금으로 소진하기로 한 것은 향후 발생할 재정 수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재정 비효율성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 즉 세수 초과가 발생하면 국가재정법에 의거, 우선적으로 국가채무 등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 올해에 국가채무가 109조원이 늘어난 956조원이다.

또한 코로나19가 해소되기도 전에 최근에 또 다른 델타·알파 등 여러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향후 추가적인 재정 수요 개연성이 커졌다. 최첨단 기술의 기반 형성 등 국가전략산업의 육성을 위한 재정 수요도 요청된다. 이런 이유로 재정은 보수적이며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의 시국에서 영세 사업자 및 저소득층 등이 큰 난관을 겪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재난지원금은 필요하다. 재난지원금은 격려금이 아니라 재난을 당한 피해자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피해를 본 영세사업자 및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점에서 고소득층을 비롯해 피해가 없는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은 재정원칙상 비효율적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소득 재분배와 역행함으로써 부자감세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조세는 소득이 많은 국민일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초과누진세율이 적용됨으로써 국민 간 소득 재분배를 달성한다. 그러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이와 역행함으로써, 저소득층에게 돌아갈 소득을 줄여 고소득층에게 넘겨주게 된다. 그것도 같은 금액을 나줘준다는 면에서 역진성이 발생해 소득 재분배가 훼손됨으로써, 사실상 세금감액을 하는 부자감세와 다름없다.

재난지원금은 아무리 지급 범위를 광범위하게 잡는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의 3분의 1을 넘게 되면 소득 재분배를 왜곡시킬 수 있다. 국민의 소득 수준을 상·중·하로 나눠볼 때 ‘상’과 ‘중’이 ‘하’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될 때 소득 재분배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이를 무시한다. 지원 대상을 구분할 때도 20~30%의 저소득층에서는 80%의 소득층에 비해 불만 등 부작용이 덜할 것으로 본다. 이미 기초연금,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에 적용되는 소득 및 자산 등의 기준을 활용하면 되고, 추가적인 행정비용도 크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시국에 델타 혹은 알파 등 변이 바이러스도 창궐하고 있다. 향후 많은 재정 수요가 예상될 수 있다. 재정 운용은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살리면서 보수적으로 운용돼야 하고 대중영합주의는 안 된다. 최첨단 기술을 위한 재정지출 등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미래 불확실성의 시기에 일시적으로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고 소득 재분배를 깨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일회성 지출에 집중하는 것은 재정 비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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