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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말, '대통령과 거리두기' '당·청 갈등'이 사라졌다[정치쫌!]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임기말
여당에서 대통령과 거리두기 두드러져
과거와 달리 여권 주자들 '적통경쟁' 앞다퉈
문재인 대통령[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앞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 문제에 개입하지 말고 후보들에 대한 품평은 국민들에게 맡기기를 간곡히 부탁 드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말이었던 2007년 3월,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김영춘 당시 최고위원이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김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국무회의가 손학규 탈당을 품평할 만큼 한가한 회의인지 답답하다”고 날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이 대권을 준비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후보를 향해 “원칙 없는 보따리 정치”라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같은해 11월. 이해찬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 후보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손학규 후보 등을 비판한 것과 관련 “선거에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도 후보들에 대해 너무 직접적인 언급이나 행위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일부 탈당파들이 만든 당이다.

5년 뒤인 2012년 11월, 18대 대통령 선거가 임박했을때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산을 찾아 “노무현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고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다. 저는 과거 정권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과 정부를 만들겠다”며 같은 당 소속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과거 정권말 풍경들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주저않고, 레임덕(권력누수현상)에 빠져 대통령의 령(令)이 서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노무현 정권 말기 때는 친노를 자처했던 일부 인사들이 ‘탈노’를 외쳤고 ‘친노폐족’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명박 정권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탄핵 돼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박근혜 정권말기 때도 친박 의원들의 ‘탈박’선언은 이어졌다.

2021년 7월의 상황은 어떠한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선 경선레이스가 본격화 됐지만 과거 정권의 임기말에서 두드러지던 대통령과 ‘거리두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여당의 대권주자들의 ‘적통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안팎을 유지하며,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실시해 지난 1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지난주 대비 3.1%포인트 상승한 41.1%(매우 잘함 23.1%, 잘하는 편 18.0%)로 나타났다. 18주만에 40%대로 올라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정세균 후보가 ‘적통 강조’에 적극적이다. 이 후보는 4·7 재보선 참패 직후 국민 여론이 악화했던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배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세균 후보는 예비경선 과정에서 '친노·친문 적자' 이광재 의원과 단일화한 것을 계기로 "(민주당의) 적통, 적자는 이광재와 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적통론을 부각했다. '이낙연 후보도 정통성을 강조하는데 비교되는 강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재명 후보는 역시 ‘반문후보’라는 공격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친이재명계로 평가 받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라디오에 나와 “자꾸 이재명이나 정성호가 친문이 아니라 비문 심지어 반문이라고 얘기하는데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며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이래 모든 행사장이나 공사석에서 ‘내가 경기도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추구하는 가치가 실현되는걸 보여주겠다, 문재인 정부 성공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말을 늘 하고 다녔다”고 했다. 정 의원은 또 “실제로 그런면에서 경기도민들이 ‘아 문재인 정부 정책을 이재명이 제대로 실천하는구나’(하는데) 이것보다 더 한 친문이 어디 있겠나”고 했다.

이 후보는 최근 라디오에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문 대통령에게 맹공을 퍼부은 것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고 했다. 이 지사는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문 대통령이 (12일) 회의 끝나고 차 한잔을 주셨다”며 대통령 독대 사실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말이 과거 정권과 다른 점은 또 있다. 당청 갈등이 눈에 뛰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후반기인 2006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를 두고 불거진 당청 갈등은, 임기말인 2007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결정 심화됐다. 사실상 여당이 된 대통합민주신당은 파병결정을 당론으로 반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말 때도 마찬가지 였다.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졌을 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대통령의 ‘탈당’요구 뿐만 아니라 ‘하야’도 거론됐다.

문재인 정부 임기말은 어떤가. 4·7재보궐 선거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20%까지 떨어지고 부동산 문제가 불거졌을 때 민주당 내에서는 청와대 책임론을 거론하는 분위기가 일순 있었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에 육박하는 지금, 청와대와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두고 당정이 이견을 보여도, 당청 갈등으로는 이어지진 않는다. 청와대는 '자연스러운 논의 과정'이라며 한발짝 물러서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라며 “논의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방송 출현이 잦아졌다는 점도 과거 정권의 임기말과는 달라진 점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방송출연에 적극적이다. 두 수석은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총 14차례 방송에 출연했다. 휴일 4일을 제외하면 하루에도 수차례씩 방송에 출연하는 셈이다. 대통령 참모들이 임기말 방송에 나와, 국정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언급하는 일도 이례적이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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