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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 도시락 먹고 카톡으로 선물…일상 속으로 들어온 주식
주식, 화폐처럼 교환·선물
주식거래활동계좌수 4879만개…1인당 1계좌 육박
30대 이하 ‘주린이’ 급증…은행→증시 ‘머니무브’

[헤럴드경제=이태형·김현경 기자] #. 직장인 김모(37) 씨는 다가오는 친구의 생일 선물로 해외주식 상품권인 ‘스탁콘’을 선택했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친구의 관심사이기도 하고, 카카오톡으로 선물할 수 있어 편리한 점도 작용했다.

#. 최근 편의점을 찾아 끼니거리를 고민하던 대학생 정모씨는(22) 도시락을 사면 주식을 준다는 도시락 포장지의 마케팅 문구를 보고 구매를 결정했다. 지난해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정씨는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주식까지 무료로 준다니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도시락은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가맹점에서 주문한 도시락이 2만개가 넘어 예상치를 웃돌자 편의점업체 측에서 발주를 중단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과거 기업의 가치를 증명하던 종이 증서에 불과하던 주식이 일상속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주식쿠폰의 선물이 보편화됐고, 기업들도 마케팅 수단으로 주식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과거 가치의 증명과 저장 수단에 불과하던 주식이 교환수단으로까지 위상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평가다.

개인의 일상 속으로 주식이 들어올 수 있었던 데는 지난해부터 급격히 늘어난 투자 인구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주식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입문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주식은 그야말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소비재로 자리매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

실제 주식 투자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히 증가하며 국민 1인당 1계좌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4879만523개로 올해 들어 1330만5096개 늘어났다. 지난해 3월 3000만 계좌 돌파 이후 1년 4개월 여 만에 약 1800만 계좌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30대 이하의 젊은 개미들이 급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개인 소유자는 914만명으로 2019년 614만명보다 300만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30대 이하가 161만명 증가해 전년 대비 103.3% 늘어났다. 전체 연령에서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5.3%에서 2020년 34.6%로 확대됐다.

이에 과거 아버지가 가족 몰래 혼자 손을 데던 주식은 이제 식탁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화제가 됐고, 부모가 어린 자녀의 주식 계좌를 만들어 적금 대신 주식을 쌓아주는 일도 흔해졌다.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이 회사의 기업공개(IPO)로 목돈을 얻게 돼 퇴사했다는 이야기, 주식 투자로 수백억원의 자산가가 된 슈퍼개미의 이야기는 사회초년생인 20~30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며 MZ 세대를 증시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급변한 사회 분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한 곳은 단연 증권사들이었다. 유통업체,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대중의 선호도를 날카롭게 읽어냈다.

하나금융투자는 편의점 이마트24와 함께 도시락을 사면 국내 주식 1주 쿠폰을 주는 ‘주식 도시락’을 출시해 하루 만에 완판을 달성했고, NH투자증권은 케이뱅크 앱을 통해 주식 계좌를 개설하면 케이뱅크 비상장주식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을 내놓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 상품권은 출시 이후 2400억원 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스탁콘은 5월 말까지 6개월간 총 3만5795건이 판매됐으며 구매자 중 30대와 40대가 약 80%를 차지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지난 5월11일 출시한 온라인 전용 주식상품권의 준비 물량이 두 달 만에 소진돼 추가 발행했다.

[사진=신한금융투자]

딱딱한 이미지의 증권사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MZ 세대를 겨냥한 문화적인 접근이 목격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웹툰 작가와 협업해 브랜드 웹툰을 선보이고 있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밈(meme)을 활용한 게시물을 올리거나 자체 굿즈를 제작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주식이 존재감이 커진 데는 특히 젊은 투자자들의 유입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투자자 유입이 이뤄지는 건 증시 발전을 위해선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오랜 기간 우리나라 증시는 투자자의 고령화가 진행돼 시장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젊은 층의 유입으로 증시의 활력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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