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 ‘SVNet’ 개발

정확도에 원가절감 효과도 뛰어나

해외서 먼저 주목…매출 90% 이상

글로벌 1300만대 SW 공급계약 체결

5년내 10대 완성차 브랜드 장착 목표

자율주행은 미래 자동차의 정점 기술이다. 오는 2026년에는 5560억달러, 630조원이 넘는 초거대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구글 같은 IT기업까지 팔을 걷어 부치고 뛰어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테크 스타트업들도 자율주행차 시장에 잇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스트라드비젼은 이 가운데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은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되기까지는 인식, 분석, 제어 3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가운데 제어는 플랫폼인 자동자의 영역이다. 반면 눈과 두뇌 역할을 하는 인식·분석 과정은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도로 위의 장애물을 읽어내 이를 주행 차량에 지시해 급가속, 회피하도록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테크다윗을 키우자]도로 위 자동차 인식률 99%…자율주행 미래로 ‘가속페달’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가 자율주행용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인 ‘SVNet’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재훈 기자]

김준환 대표가 지난 2014년 창업한 스트라드비젼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및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기반 카메라 인식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 스타트업. AI 딥러닝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차가 사물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객체 인식 소프트웨어인 ‘SVNet’이 주력 제품이다.

창업자인 김준환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지난 2006년 얼굴인식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올라웍스를 창업해 2012년 인텔에 350억원에 회사를 매각하며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스트라드비젼의 출발점은 여기서부터다.

김 대표는 “얼굴인식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으로 사업화에 성공하며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며 “여기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자율주행차의 객체 인식으로 확장했고,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도 설명했다.

‘SVNet’의 경쟁력은 객체를 인식하는 정확도와 타사 대비 가벼운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SVNet’의 객체 인식 정확도는 유럽과 중국의 인식 기준을 충족시키는 수준이다. 프로그램 사이즈 역시 경쟁사 대비 50%이상 작은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중저가 자동차용 반도체에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해 원가절감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하이엔드급의 중대형 승용차 뿐 아니라 중형.준중형에도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자율주행 기술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회사 이선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SVNet는 자동차 인식 정확도 99%로 100대의 차가 지나가면 99대를 정확하게 인식한다”며 “이를 자동차용 반도체에서 구현하는 업체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 중국의 모멘타 등 전 세계 5개 업체에 불과한데, 정확도는 스트라드비젼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스트라드비젼의 기술력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봤다. 지난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인 것. 창업 2년만인 2016년 일본 합작사를 시작으로 2018년 미국, 2019년 중국·독일 등 4개 국가에서 지사를 운영할 정도로 현지 영업에 한창이다.

‘SVNet’은 미국 자동차기술자협회(SAE)가 분류한 자율주행 레벨 2~4에 해당하는 ADAS와 자율주행 기반 자동차의 양산 모델에 탑재되고 있다. 스트라드비젼은 현재까지 전 세계 9개 완성차 메이커에 50개 이상의 차종, 누적 1300만 대의 차량에 ‘SVNet’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테크다윗을 키우자]도로 위 자동차 인식률 99%…자율주행 미래로 ‘가속페달’
스트라드비젼이 개발하고 있는 증강현실(AR) HUD 기술 컨셉트 이미지. [스트라드비젼 제공]

스트라드비젼은 또 독일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 ‘서라운드 뷰 모니터링’ 기술을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링은 스트라드비젼이 올해 전략적 초점을 맞추고 있는 주요 솔루션이다. 편의성은 물론, 주차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어 향후 수 년간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스트라드비젼은 최근 ‘SVNet’의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기능들을 추가해 편의성을 높이는 게 목표다.

라이다(LiDAR) 인지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뷰런테크놀로지)와 '센서퓨전' 기술 부문 협업을 통해 기존 대비 정밀도가 대폭 향상된 객체 인식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카메라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색과 사물의 형태를 구분할 수 있고, 가격이 싸다. 반면 라이다는 카메라에 비해 먼 사물인식 거리가 강점이다.

스트라드비젼은 특허 경쟁력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만 150개가 넘는 기술 특허를 등록했다. 특히 증강현실과 관련해서 웨이모, 모빌아이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출원한 특허가 반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정부가 발급한 특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도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스트라드비젼은 향후 수 년간 연구해 온 카메라 객체 인식 기능을 극대화한다. 예를 들어 현재 ‘SVNet’ 소프트웨어가 신호등 자체와 불빛의 색깔을 인식하는 수준이라면, 향후에는 녹색 신호를 카운트하는 숫자를 인식할 정도까지 기술을 끌어 올릴 계획이다. 또 도로 표지판에 쓰여진 통행 가능 시간대 같은 텍스트까지도 읽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오는 2026년까지 글로벌 10대 완성차 브랜드의 메이저급 모델에 자사의 프로그램을 장착하는 것이 목표다. 이 정도 되면 연 매출은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올해 사업 목표를 달성한 뒤 내년 이후 상장 스케줄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