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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돌직구]해외에선 유니콘, 국내선 불법 취급…벼랑끝에 선 ‘리걸테크’
글로벌 시장 규모 2조원 돌파
국내 투자는 135억원 불과
영업·광고 겹겹 규제에 발목
법률+IT 접목 요구 여론 높아

국내 ‘리걸테크(Legal Tech)’ 산업이 벼랑 끝에 섰다. 지금까지 법률서비스를 제공해 오던 변호사단체들이 찍은 ‘불법’ 낙인 속에 채 싹을 틔우기도 전에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법률 선진국들은 앞다퉈 관련 규제를 풀어주며 신산업 육성에 한창이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에선 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유니콘 리걸테크 기업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의 리걸테크 기업인 ‘리걸줌’은 시가총액만 7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당장 투자 규모만 봐도 차이가 크다. 글로벌 데이터분석업체 트랙슨의 리걸테크 시장 투자규모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약 2673억원에서 2018년 약 2조22억원 규모로 3년 새 654%나 커졌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유니콘 및 이머징 유니콘 수는 25개로 집계됐다.

지난 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스타트업 대표들 간 간담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앞에서 대한변호사협회 회원들이 ‘불법 로톡 결사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같은 기간 국내 리걸테크 투자 규모는 135억원에 불과했다. 미국의 2조2171억원, 영국의 1300억원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리걸테크 선진국들은 관련 시장 육성을 위해 경쟁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영국·독일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가 비변호사와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의 사업 모델을 이미 허용했다.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알선 등을 금지하고, 변호사와 비변호사 간 동업 및 이익분배를 제한하고 있는 국내 ‘변호사법’과 비교된다.

광고 허용 여부도 마찬가지. 미국·영국·호주·독일·일본 등 주요국에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광고가 허용되며 모두 비변호사의 광고비 수취가 가능하다. 개별 전화광고 같은 특정인 대상 광고를 제재하는 정도다.

리걸테크의 AI기술을 실제 판결에 적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은 롤스로이스 불법 로비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AI 기술을 사용했고, 미국 위스콘신 대법원은 2017년 인공지능 ‘컴퍼스’가 산출한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양형 참고자료로 채택했다.

이런 글로벌 추세에 국내 리걸테크 시장 환경은 되레 역주행하고 있다. 이런 글로벌 추세에 국내 리걸테크 시장 환경은 되레 역주행하고 있다. 기존 법조계가 리걸테크 업체의 사업 모델과 광고·홍보 방식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제재를 예고한 것.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 업계 1위 플랫폼인 ‘로톡’에 가입된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수순에 들어갔다. 로톡은 업계를 대표해 이같은 조치를 내린 변협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가 하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맞불을 놨다.

이 같은 ‘강대강’ 대치에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리걸테크 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이다. 법률서비스 소비자들은 편의성과 투명성, 신뢰성,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IT기술 접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법률시장에도 IT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힘든 법률 서비스 장벽을 IT기술로 해소하는 새로운 산업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변호사 단체의 입장은 확고하다. 리걸테크 업체들은 쟁점이 되는 부분의 조율을 위해 대화를 요청했지만, 변협에서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변협 측은 “로톡이 현행법을 위반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고 한다.

한 업체 대표는 “리걸테크의 법률서비스 시장 진입은 ‘제로섬게임’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법률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기회인데 ‘밥그릇싸움’으로 전락시켰다”고 직격한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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