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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랫폼 경쟁, 목표는 ‘소비자 편익’...규제개혁 주저하지 않을 것” [헤럴드 금융포럼 2021-금융, 세상을 바꾸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 주제발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핀테크·빅테크·금융사 경쟁 서비스혁신 성과
정보보호·접근소외·일자리 잠식 난제 풀어야
신규플랫폼 등장 유도 독점적 지위남용 방지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금융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더 넓은 운동장’이 돼 가고 있습니다.”

권대영(사진)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24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 금융포럼 2021’의 제 2세션 주제 발표를 맡아 “전통 금융사, 빅테크, 핀테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협업한 결과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통 금융사들이 차지했던 ‘그들만의 리그’에 빅테크, 핀테크가 참여해 시장을 넓히고, 이를 통해 기존에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됐던 소비자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혁신을 이뤄가게 됐다는 것이다.

권 국장은 “저성장·저금리·저출산·고령화가 고착화되면서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을 늘려 성장하는 경제모형은 한계에 도달했고, 디지털 전환이 생산성 향상의 기회가 될 것”이며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저효율의 위기...코로나19로 각성=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을 늘려 성장하는 경제모형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디지털 전환이 생산성 향상의 기회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금융산업 역시 한국 경제의 저성장·저금리·저출산·고령화가 고착화되면서 수익성이나 성장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이 권 국장의 분석이다.

우리 증시에서 2010년 금융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이익비율(PER)은 각각 1배와 10배를 웃돌았다. 하지만 2020년 말 기준으로는 이 수치가 0.5배 이하, 10배 이하로 뚝 떨어졌다. 전 산업에 걸쳐 가장 낮은 경영효율이다. 반면 경제발전으로 자산축적이 이뤄지면서 금융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코로나19는 경제와 생활의 디지털 대전환을 촉발시켰고, 금융의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저금리와 양극화 등은 근로소득 외에 자산소득과 금융활동의 필요성을 더욱 높였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기술과 만나다=금융 혁신의 핵심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육성을 지원하고, 새로운 사업자 및 서비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갖은 정책적 노력을 펼쳐왔다.

핀테크 기업은 2014년 131개에서 2020년 600개로 크게 늘었다. 토스뱅크는 이달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어 세번째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았다. 순수 핀테크로는 은행업 진출 첫 사례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도 플랫폼과 데이터, 인공지능(AI) 등으로 무장하고 금융업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카카오손해보험은 이달 예비인가를 받아 플랫폼 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하는 첫 사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전통 금융사 역시 금융규제 샌드박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을 디딤돌 삼아 혁신을 이루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금융서비스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은행은 금융 외에 일상 생활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은행 앱 안에서 음식주문을 하고, 부동산 서비스를 받고, 쇼핑을 하는 일이 이뤄지고 있다.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알맞은 금융상품을 추천받는다던지,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식의 자산관리도 가능해졌다. 씬파일러 등 금융소외계층도 결제 이력 등을 통해 신용평가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금융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 역시 디지털 보험사, 소액단기 보험사가 시장에 뛰어들고,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대면 판매가 이뤄지게 되면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소비자의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건강증진형 보험, 운전 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결정하는 자동차보험(UBI보험), 클릭 한번으로 필요할 때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온/오프보험 등 혁신적 상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단순히 ‘보장’을 넘어서 고객의 생활 습관 등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보험산업의 외연도 확대되고 있다.

빅테크와 지급결제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드사들도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플랫폼화하고 있다.

▶금융의 부활...새로운 도전=지난해 바닥까지 떨어졌던 증시에서 금융회사들의 가치는 올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디지털로 무장한 빅테크와 핀테크 금융사들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면서 금융업에 대한 새로운 잣대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도 크다.

하지만 금융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난제들도 적지 않다.

플랫폼 사업자가 네트워크 효과로 독점적 지위를 갖는 문제는 금융위가 가장 경계하는 사안이다. 독점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해 편익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활용과 보호 사이의 딜레마도 있다. 오는 8월 본격화하는 마이데이터의 경우 개인의 흩어진 금융정보를 금융사에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지지만, 그만큼 개인정보 보안에 허점이 발생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권 국장은 “플랫폼 참가자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해 신규 플랫폼 등장을 유도해 플랫폼 간 경쟁을 확대할 것”이라며 “금융산업의 경쟁과 혁신, 부가가치 증대, 일자리 창출,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규제라도 개선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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