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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랑의 여행에세이 ‘지구인만큼~’외 신간다이제스트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정세랑 지음, 위즈덤하우스)=병은 소문내라고 했다. 정세랑은 학생 때 소아 뇌전증을 앓았다. 여행에세이에서 돌연한 고백이다. 발작을 일으킬까봐 부모님은 수학여행도 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그런 그가 여행에세이를 냈다. 어쩌다 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뉴욕까지 날아가고, 이벤트에 당첨돼 런던에 가고, 남자친구의 유학을 따라 독일에도 가게 됐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여행기가 어쩌다 9년 동안 계속됐다. 책에는 정세랑이 잘 나가는 편집자의 길을 두고 왜 소설을 택하게 됐는지, ‘정세랑 월드’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격 여행은 뉴욕 이스트빌리지 친구가 사는 코딱지만한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우선 미술관 탐험에 나선다. 동시대의 미술, 막 태어난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는 건 흥분되는 경험이다. 모건 미술관, 휘트니 뮤지엄, 모마, 첼시의 갤러리를 순례하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아트 중독에 빠진다. 책에는 가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것들의 기록으로 가득한데, 과거와 미래, 인간과 환경을 아우르며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을 경쾌하게 담아냈다. 뉴욕의 거리에서 ‘아시아 여성’을 향한 성희롱을 직접 겪고 정체성과 폭력에 대해 자각하고, 센트럴 파크에서 발견한 인형을 통해 사람들이 길에 두고 가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찍게 된 얘기 등 책에는 작가의 세심한 눈길과 마음의 기록이 후일담과 함께 들어있다.

▶휴먼 클라우드(매튜 모톨라, 매튜 코트니 지음, 최영민 옮김, 한스미디어)=2021년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 인구조사 근무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프리랜서 노동자를 포함한 자유로운 계약 형태의 노동인구는 약 740만 명으로, 특히 최근 4년 사이에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 미국도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3000만 명 가량이 프리랜스 형태로 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19로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워지면서 출근·일의 개념이 유연해지고 있다. 프리랜스 노동과 인공지능 기술 전문가인 저자들은 앞으로 5년 안에 절반 정도의 노동인구가 프리랜서가 될 것으로 본다. 사무실 대신 클라우드에서 일하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을 토대로 한 휴먼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머신 클라우드가 상용화하면서 프리랜서 이코노미가 바짝 다가온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휴먼 클라우드는 특정 시스템이나 플랫폼이 아니라 새로운 업무방식이다. 한 장소에 일정한 시간동안 모여 일하지 않고, 전 세계에 흝어져있는 여러 전문가들과 협업이 가능하다. 휴먼 클라우드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나를 필요로 하는 일, 내 능력 밖이긴 하지만 적합한 사람과 만나 결과를 낼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프리랜서로 활동할 때 필요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는데, 가령 두루뭉술한 자기소개나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다녔다는 피상적 이력 대신 구체적 성과와 포트폴리오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다.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있다.왜 굳이 외부 인력과 일해야 하는지, 내부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갖는지, 그들과 일할 때의 장점과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유형별로 설명해 놓았다.

▶역사의 법정에 선 법(김희수 지음, 김영사)=‘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은 이제 식상하다.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15만원을 훔친 사람에게는 실형이, 1500억원을 횡령한 사람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법은 평등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저자는 돈과 지위에 따른 형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형법 및 형사소송법에 차등벌금제 도입,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도입,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 제정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법을 심판대에 세워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사건을 법의 잣대로 재평가한다. 최초의 근대 법원이 내린 최초의 판결인 전봉준 유죄선고로부터 일제 강점기 을사늑약과 국제법·식민지법의 정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적법성 문제, 권력자들에 의해 자행된 헌법 파괴, 고문·가혹행위로 조작된 사건의 법논리,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형법 불평등 문제까지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과 판결들을 법과 정의의 관점에서 파헤쳤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합법화한 ‘문명론’이 왜 법의 관점에서 명백한 범죄행위인지, 더 나아가 해방 이후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을 처벌하지 못한 미완의 식민지 청산 역사까지 다각도로 살핀다. 또한 1950년대 권력을 장악한 군부로부터 지금까지 9번에 걸친 헌법 개정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과정을 살피며, 법과 정의의 수호자로서 국민과 개인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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