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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뷰] 금융권 희망퇴직의 ‘민낯’…돈으로 땜질하는 ‘고비용저효율’의 댓가
입사하면 평생 고액연봉 보장
연공서열…생산성 美의 80%
주40시간 이후 임금 고속상승

순환보직·폐쇄적 조직문화로
성과중심 외부채용도 어려워
디지털전환 위한 쇄신에 발목

희망퇴직 규모·대상 확대에도
인사시스템 혁신은 전혀 없어
만성적 고비용 굴레 유지될듯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돈 많이 주고, 웬만해선 안 짤리고, 폼도 나고...금융사야말로 꿈의 직장이죠.”

A은행의 입행 14년차 김과장은 연봉이 1억원이다. 입사할 때 초봉은 5000만원 정도였다. 입사 한지 10여년 만에 연봉이 2배가 된 셈이다. 조직이 보수적이긴 하지만 각종 복지혜택과 안정적인 고용 때문에 퇴직 때까지 다른 업권으로 이직할 생각은 없다.

최근 금융권에 부는 희망퇴직 바람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 심화로 성장성이 저하되면서다.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체계가 바뀌지 않는한 현재의 인사 적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화를 추진하려고 해도 현재의 경직된 고용 구조로는 전문 인력을 대거 뽑기도 쉽지 않다. 금융사로서는 ‘돈잔치’라는 욕을 먹더라도 인력 조정이 필요한 때임은 분명해 보인다.

▶고비용 인력구조에도 낮은 생산성=금융보험업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산업별로 구분 했을 때 국내 최고 수준이다. 산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금융보험업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797만6314원이고 근로시간은 158.6시간이다. 월평균 임금을 근로시간으로 나눈 시급은 5만292원으로 산업체 평균 시급 2만4379원의 2배에 달한다.

1분기 금융보험업 종사자의 근로시간은 1년전보다 4.5시간 줄었지만 임금은 79만1773원 늘었다. 시간당 임금은 1년 전보다 14.2% 증가했다. 시간당 임금 증가율이 10%를 넘은 산업은 금융보험업이 유일하다.

고용노동부의 기업체노동비용 조사를 보면 금융보험업의 노동비용총액은 1인당 월평균 917만원으로 전체 업종 중 2위다. 전기 및 가스업이 1위를 차지했긴 했지만 이들은 초과근무 수당이 많은 탓이다. 금융보험업의 성과급은 211만원으로 1위고, 퇴직급여도 1위다.

직원들이 최상급 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금융권의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1억7536만원으로 1년 전보다 6.8% 감소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인건비를 포함한 판관비가 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익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작년 말 은행권 ROE는 평균 5.63%까지 밀렸다. 글로벌 은행들과 ROE 격차가 2~5%포인트 벌어진다. 빅3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각각 2.6%, 1.6%, 3.7%로 오히려 하락 추세다.

한국생산성본부 자료를 보면 한국 금융업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78%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나 영국은 약 80%, OECD 평균은 약 85% 수준이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남짓이다. 회사 순자산 가운데 절반 가량이 ‘거품’이란 뜻이다. 주요국 은행들 가운데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바닥 수준이다.

▶연공서열 고용시스템...디지털화에도 걸림돌=금융보험업 종사자들의 평균연령은 2017년 39.6세에서 2018년 39.8세, 2019년 40.2세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매각 추진중인 씨티은행은 평균 만 46.5세다.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는 자동으로 올라가면서 인건비 지출은 올라가고 인사적체는 심화되고 있다. 금융권의 평균 근속연수는 15~16년으로 다른 산업(평균 8년)보다 긴 편이다.

디지털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점포수는 줄고 있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들이 폐쇄한 점포수는 236곳이다. KB국민은행 83개, 신한은행 21개, 하나은행 74개, 우리은행이 58개의 점포를 각각 통폐합했다. 지점이 줄면 근무인력도 줄어야하지만 희망퇴직이 아니면 유의미한 감원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금융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 시스템에서 디지털 인력을 모셔오려고 해도 기존 시스템과 괴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는 외부에서 영입한 디지털 전문 인력에 호봉제를 적용하기 힘들어 계약직으로 채용한다. 그런데 계약직으로 과연 훌륭한 인재가 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핀테크 회사는 인사 배치 때 IT인력 개발자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 일반 금융사와는 매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인사시스템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1∼6월)까지 5대 시중은행에서만 약 26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났다. 보험업권에서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700명 넘는 인력이 희망퇴직을 했고, 현재도 희망퇴직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상자 연령도 낮아졌다. KB손보의 경우 1983년생 주임급까지 포함시켰고, 신한은행은 1972년생 이상으로 낮췄다.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기존 인사체계의 변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결국 같은 현상이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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